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35일차

라도유비타 2020. 2. 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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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35일차


지난 주의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자면, 병원 두 곳을 다녀온 뒤 아주머니와의 대화에 눈물이 터진 그다음 날.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가끔은 영어, 이태리어 말고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잠깐 이야기 한 적이 있는 데 그 친구가 같은 수업 듣는 한국인이 있다면서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주가 흘러 이틀 전 저녁에, 그 한국인 친구가 내일 학원에 온다고 수업 끝나고 연락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수업 끝나고 만났는데 한국어를 이탈리아에서 쓰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같이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러 갔다가 저녁까지 같이 먹고 집에 들어왔다.

나이도 동갑인지라 말도 잘 통하고 너무 고마웠다. ㅠㅠ

그래서 어제저녁에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에게 "우리 같이 가기로 한 젤라또 집 있잖아~ 거기 내일 수업 끝난 담에 가자. 내가 사줄게! 그 친구 소개시켜줘서 너무 고마워가지구 내가 사주고 싶어"라고 이야기했고 오늘 수업 끝난 뒤 젤라또 가게를 같이 가기로 했다.

근데 이번 주 월요일부터 반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생긴 상태이다.
그중 이번 주 월요일부터 새로 온 멕시코 사람, 러시아 사람, 프랑스 사람
이렇게 세명은 오전 수업만 듣고 반을 옮기거나 다른 일정을 하는 거 같고
에콰도르 친구에 이어 지난주에 온 콜롬비아 친구 또한 에콰도르 친구가 듣는 오후 수업 반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랑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도 오전에는 기존에 듣고 있던 언어만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내가 있는 반으로 온다. 

아무튼 그래서 쉬는 시간 이후 2부 수업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는 나,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 그리고 나와 처음부터 같이 수업을 들었던 일본인 40대 여성분 이렇게 있게 된다.
오늘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수업 시간이 끝났는데,
항상 40대 일본인 여성분이 나갈 채비를 다 마치셨는 데도 불구하고 좀 앉아있는다던지 등 주변을 살피고 먼저 나가지를 않으신다.
아마 점심 약속을 물어보거나 아님 같이 먹자 제의를 하시고 싶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몇 번 같이 먹은 경험이 그다지 좋지가 않았기에..

아무튼 근데 내가 좀 짐이 있고 정리할게 있어 시간이 걸리니까 좀 살피다가
자기도 더 이상 좀 있기 그랬는지 '내일 보자'라는 인사를 하며 나가셨고
이어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가 선생님께 인사를 하며 강의실을 나섰다.

그러고 나도 이제 나가려고 하는 데, 선생님이 "잠깐 이야기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네 가능해요!"라고 했더니 
"혹시 00(40대 일본 여자분)랑 이야기 해?"라고 물으셨고
"음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거나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거나 그럴 때 이야기해요!"라고 했더니
"밖에서는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진 않고?"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네~ 에콰도르 친구랑 같이 밥은 몇 번 먹은 적 있는 데 그때 말을 많이 하진 않았고 그 이후로는 밖에서 만난 적 없어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40대 일본인 여성분께서 수업시간에 콜롬비아애가 말이 너무 많다고
학원 일본인 직원분에게 이야기를 한 거였고, 그 직원분은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한 거였다.

아마 이제 학생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더라라는 내용이었겠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자기를 로봇 취급 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리고 나도 느끼긴 한다. 콜롬비아애가 말이 많다는 것을. 
근데 여기 나라 사람이 말 많은 거, 말하는 거를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문화가 다른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친구 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수업 시간 도중 몰랐던 단어 검색해서 적어놓거나 문법 좀 알아본다던가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말 없는 거보다 말 많은 사람이 지금 내 입장에서는 고맙다.

콜롬비아애와도 같이 밥 먹어봤지만 
말이 많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애인지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 밥 먹을 때 어색함이나 정적이 감돌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 거나 아니면 이게 뭔지 좀 물어볼 수도 있는 상황이 생겨 대화가 끊기진 않았다.
다양한 패턴들의 대화가 오가기도 했고~~!

근데 그 일본인 분과 밥 먹을 때면 두 가지였다.
본인이 같이 밥 먹자해서 가면 나랑 밥 왜 먹자고 한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정적이거나
아니면 내가 스무고개 퀴즈처럼 그 사람 말을 해석하고 번역하고 있거나..
내가 말을 걸어도 이어지는 건 스무 고개처럼 내가 그 사람의 말을 풀어서 해석하고 구글 번역기 돌려서 이게 맞는지 확인하고.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과 대화방식의 차이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개인적으로는 만나기가 조금 어렵지만, 학원 수업 시간 동안은 그래도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다.
물론 그마저도 대화가 많이 이어나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가리키는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사표현하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으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일 거라 생각되어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그분이 이탈리아어를 잘 못하시고 영어도 잘 못하고 하니까 일본어 가능한 직원분한테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근데 어려운 문제 아니고 큰 문제도 아니니... 본인이 수업 시간에 느낀 생각이나 감정은 선생님한테 이야기하는 게 맞는 상황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과 아쉬움을 표했다. 

선생님 또한 일단 자기 반이고 자기 수업이고 자기 학생인데, 왜 행정 직원에게??...말한건지 이해 못하신 표정이였다.
그리고 애들도 아니고 성인인데 어려운 문제도 아니고 수업이 맘에 안 드는 것도 아닌 이야기를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으셨던 것 같다.

사실 일본인 분이 수업 시간에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질문해도 이탈리아어+일본어로 이야기할 때가 종종이고 일본어 어미를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단답이라던가, 그리고 질문을 전혀 안 하고..

이게 아시아권의 교육과 유럽권의 교육 차이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에 왔으니 여기에서 추구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생각되어
나도 내 얘기할 때는 막 이야기한다.
북한 이야기 나오면 김정은 욕하고 단어 틀리고 문법 안맞고 그래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어 틀리고 문법 틀리면 쪽팔림은 나의 몫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래도 이 사람이 내 수업에 참여하려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수업 초창기에 선생님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으셔서..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 대해 많이 안다할 수 없다. 
그나마 어느정도 안다라고 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정도?!

이처럼 선생님이기 전에 사람이고 본인이 아는 선에서 질문하고 관심 갖고 하는 거니까 
섭섭해하기보다는 내가 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게 있게끔 해야겠다?
한국 사람은 적극적이구나?
이런 인상을 줘야겠다는 급 애국심이 들어 내 선에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는 있었다.
모르는 거 있음 왜 그러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다시 설명해주시는 답변이 내가 이해가 되든 안되든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아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다.
대부분 나는 내가 70% 이해했으면 넘어가긴 하지만. 
정 모를 경우 모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거나 아님 좀 갈팡질팡한 표정을 지어보이면
선생님이 "모르겠어?"라고 물어보시기에 그럴때 걍 모른다 아니면 헷갈린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다시 설명 들어가지고 이해됨 좋은 거고 아니면 내가 다시 추가적으로 찾아보면 되는거고.
내가 이탈리아어로 설명을 100%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런 기대는 지금 갖고 있지도 않으니..ㅎㅎ

아무튼 이러한 것 또한 개인적인 성격이나 개인적인 태도, 행동이지만..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말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던 사람이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을 취하는 사람을 상대로
쟤가 너무 말이 많아 불편하다는 말을 한 형태로 비춰지기도 한 것이다. 

아마 그분이 어떤 나쁜 의도로 이야기한 건 아니겠지만,
이해와 소통의 오류로 인해 생기게 된 것 같아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 수업 시간에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그 일본인 분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공부를 하길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해도 문장을 이야기를 못하는 걸까..ㅠㅠ 
문법 위주로만 공부하는 건가.

그리고 또 그렇게 공부하면서 왜 수업 시간에는 말을 잘 안 하는 걸까.. 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칠 무렵,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가 내가 안 나오자 강의실에 다시 들어왔고
우리는 같이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데
서로 웃고 빵 터지고
같이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더 정감 가고 더 친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새로 오픈한 젤라또 집을 갔는데 너무 맛있었다!!! ㅠㅠ
앞으로 내 젤라또 집은 여기야...!! 란 생각이 팍팍 들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직원 언니들도 친절하고 ㅎㅎㅎ 무엇보다 가까워서 좋다.
크크크 종종 먹으러 가야지~~~

아무튼!!! 나도 이탈리아어 공부를 더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 데....
반성해야겠다..ㅠㅠㅠ
정신 차려야지.

그래도 오늘 좀 이탈리아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r 발음 되니까 발음할 수 있으면 해야지!  왜 안 하고 있냐고ㅎㅎ
근데 우리는 r/l 발음 차이가 크지 않으니까 그게 습관이 돼가지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 아주머니랑 이야기할 때 r 발음 강조해서 이야기하니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불어를 잠깐 시전해주셨는 데...
아니 불어는 어떻게 발음하는 거야??... ㅜㅜ 완전 멘붕이였다.
그래도 매력적인 언어긴 하다.ㅎㅎ 기회가 된다면 배울 수 있기를!
일단 이탈리아어부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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