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36일차 '친구들과 보낸 하루'

라도유비타 2020. 2. 1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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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36일차 '친구들과 보낸 하루'


오늘 알람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만 더 잔다는 것을 9시에 눈을 떴다....ㅠㅠ
수업은 9시 20분에 시작인데, 그래서 진짜 급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머리를 안 감고 가기로 하고 후다닥 학원으로 갔다.
다행히 5분 정도 밖에 안 늦음.

그리고 오전 수업시간을 마치고 간식 먹으려고 하는 데
콜롬비아 애가 "점심 나중에(later) 같이 먹자~"라고 했다.
later 이란 단어에 나는 오늘 못 먹는다는 소리인가 싶어서 "내일 먹자고?~"하니까
"아 아니~ 나 수업 다른 반으로 옮기잖아 그래서 혹시 모를까 봐 ㅎㅎ 수업 끝난 담에 점심 먹으러 가자"라고 해서
알겠어!라고 답한 뒤 난 간식 사가지고 와서 먹고 있는 데

40대 일본인 분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네?"라고 답하니
"이거 어디서 사 오는 거야?"라고 물어봤다.
근데 근처에 빵만 파는 곳이 하나밖에 없어서 가게 이름을 외우고 다니진 않아서
"이름은 모르고 근처에 있어요 빵 파는 곳~!"이라고  했더니 "음 그렇구나"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우표를 샀다며 보여주었는데,
지난번에 내가 우표 사러 간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나에게 우표 값이 얼마인지 물었다.
근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고 어렴풋 짐작해서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잘 기억이 안 나는 상태였던 지라,
"확실하지 않고 나라마다 가격이 다르니 물어보고 사라"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
내가 말한 금액이 적힌 우표였다...ㅠㅠ
우표를 보자니 짐작이 가는 바로는, 그냥 금액을 이야기하며 우표를 달라고 한 것 같다.

아무튼 2부 수업시간에는 나, 일본인 3명 이렇게 총 4명이 있게 되었다.
근데 이 3명 또한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고 이탈리아어로 드문드문하며 이야기를 한다. 
내 룸메가 대변해서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들이 일본어로 막 이야기할 때면, 선생님이 나에게 "너는 이해해? 얘네들이 무슨 말하는지?"라고 물어보셔서
이해된 것만 이해된다 이야기해드리고 ㅎㅎ 

그리고 수업을 마친 뒤 나, 콜롬비아 애, 에콰도르 애 이렇게 세명이서 밥 먹으러 갔다.
어디 갈까? 했는데 어제 콜롬비아 애가 중국 식당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내가 종종 간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중국 식당 가보자고 했다.

근데 콜롬비아 애는 채식주의자다. 물론 중국 식당에서 볶음밥이나 면 요리를 먹으면 되긴 하지만
면 요리는 대부분 고기 육수이기 때문에 안될 것이고 볶음밥도 다소 기름져있기 때문에 추천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음 좋겠냐 하니까 
"이제 이탈리아 음식 그만 먹고 싶어, 나 맨날 이탈리아 음식 먹어... 집에 같이 사는 친구 엄마께서 맨날 이탈리아 음식을 해주시거든....."이라며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그럼 한식 먹을래~?"라고 이야기를 했고 둘 다 좋다고 해서 급 한식을 먹으러 갔다.
사실 내가 언제 한번 갈려고 찾아 놓은 곳이었는 데, 나도 갑자기 생각이 나서..
아무튼 가서 걔네는 비빔밥을 시키고 나는 불고기 덮밥을 시켰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라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어서
애들한테 "너네 기억나? 내가 떡볶이 좋아한다고 한 거, 너네가 혹시 먹어보고 싶으면 주문할래? 내가 살게. 첫 한식을 기념해서"라고 말했더니 좋다고 했다. 한번 시도해보겠다며..ㅎㅎ

많이 맵지는 않아 다행이었지만 한국의 맛이 아니었던지라 좀 아쉬웠다.
근데 에콰도르, 콜롬비아 애는 좀 매워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러 젤라또 가게 중 어디로 갈지 정하는 데,
둘 다 나에게 정하라며.... 그래서 내가 "왜~~~왜 나야~~"라고 하니 "우리는 너의 선택에 따를게~~"라몈ㅋㅋㅋ
한국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아모리노' 젤라또 가게를 갔다.

가격은 다른 데보다 좀 있었지만 앉을 곳도 따로 있고 괜찮았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셋이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나에게
"한국어랑 이탈리아어랑 되게 다르잖아 그래서 어때? 많이 어려워? 느낌이 어때?"라고 물었다.

그래서 "음... 다르지! 어렵기도 하고, 일단은 혼란스러워"라고 했더니 
콜롬비아 애가 "왜? 어떤 게~? 수업 시간에 이탈리아로 말하는 거 창피하고 그래?"라고 물었다.
"단어를 잘 모르니까 영어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가 다르고 일단 기억이 잘 안 나, 우리는 이런 단어도 안 쓰고 문법도 다르고. 근데 이탈리아어 배우는 거 재밌어. 그리고 말하는 거 부끄럽진 않은 데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다 보니 말이 잘 안 나와"라고 했다.

그랬더니 에콰도르 애가 공감하며 "맞아! 나도 그래. 단어가 기억 안 나. 그냥 이게 뭐였더라? 이런 생각만 나고"라고 답했더니
콜롬비아 애가 "정말? 우리는 그래도 비슷하잖아~나는 그냥 애처럼 막 내뱉어"라며 웃었다.

이에 에콰도르 애는 "그래도 헷갈릴 때가 있어~"라며 "사실 우리가 수업시간에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거 같지만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는 거야 선생님한테, 선생님이 스페인어를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이탈리아어 쓰는 게 좀 어색해, 우리 언어랑 비슷해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라며 말했다.

그래서 "아 진짜? 난 그럴 줄은 몰랐네.. 사실 난 지금 이탈리아어 수업할 때 100% 이해하진 않는 데 그렇다고 어렵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들고 있어, 일단 문법은 그냥 문법이니까.. 내가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데 스페인어나 이태리어에는 악센트나 플로가 있잖아. 난 그게 젤 어려운 것 같아. 어떻게 끊고 어떻게 리듬을 타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왜냐면 한국어에는 악센트나 플로가 강하게 있지 않거든"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급 나에게 한국어 키보드 보여달라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급 한국은 살기 안전한 나라냐 김정은 때문에 무섭지 않냐, 남한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질문들이 왔다.

그래서 "한국은 살기 좋고 안전해.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이 처음엔 여행 왔다가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해서 사는 경우도 많아. 그리고 남한은 북한을 좋아할 수는 없지, 이런저런 문제가 많고 또 한국-북한 문제가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까지 다른 나라에서 간섭이 있어. 그게 좋아할 수가 없지. 만약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북한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을 지원/지지하지 않으면 둘이서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엔 어려운 것 같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북한을 무서워하진 않는 것 같아"라고 했더니,

콜롬비아에는 전쟁이 일어날까 봐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내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기엔 쉽지 않을 거야, 지금은 그저 앞잡이 역할인 거겠지.. 그리고 내 생각엔 중국이 북한의 땅을 원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만약 전쟁 나면 중국은 북한 땅을 흡수하려 할 것 같고.. 여러 이유 때문에 남한과 북한은 같은 나라라고 볼 수가 없어. 그리고 안타깝지만 북한 사람들이 탈북하는 것도 쉽지도 않고"라고 하니까
어떻게 탈북하는지 물었다.

그래서 "대부분 중국으로 가지, 운 좋으면 한 번에 남한으로 올 수 있지만 군인들이 경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아니면 베트남까지 거쳐서 오는 경우도 있고. 근데 더 안 좋은 건 그 사람들을 이용하는 브로커들이 있지. 성폭행, 아기 납치, 노예 등 문제가 있어"라고 말해주었더니

콜롬비아애가 예전에 유엔 연설인가 국제 연설하는 탈북 여성을 본 적 있다고 진짜 너무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콰도르 애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정말 그런 일이 있나 싶은 표정이었고...

아무튼, 그리고 콜롬비아 애는 나에게 "여기서 1년 있는다고 했지?"라고 묻길래 "응!"이라고 했더니
"그럼 다음번에 만나면 우리보다 이탈리아어 더 잘하겠다"라고 말해서 "글쎄"라고 답했더니
"아냐 잘할 거야~~"라며 급 응원을 ㅋㅋㅋ 자기는 다 까먹을 거 같다고..

그리고 급 둘이서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길래 난 문자와 카톡 답장을 하고 있었는데
콜롬비아애가 "미안 이제 언어를 영어로 바꾸자"라고 하더니,
"사실 모국어가 젤 편하잖아 그래서 스페인어가 저절로 나와, 어쩔 수가 없어"라며 "어제 한국인 만나서 어땠냐"구 물어봤다.

그래서 "너무 좋았지~ 한국어를 여기서 쓸 일이 없으니까. 근데 오랜만에 말하니 너무 좋았어. 편하고 이탈리아어로 뭘까 영어로 뭘까 생각 안 해도 되고"라고 했더니 "와우~~잘 됐다!"라며 급 축하를 ㅋㅋㅋ

그리고 둘이서 또 막 스페인어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더니
에콰도르 애가 "도유~너 000에 같이 갈래?"라고 물었다.
그래서 "거기가 어디야?"라고 했더니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약간 휴양지 겸 관광지?!

근데 일단 다음 달에 이사도 있고 요새 좀 고민 중인 것과 돈도 아껴야 하니
생각해보고 내일이나 내일모레쯤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집 가자며 헤어지며 바쵸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얘네들이 나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거랑 놀러 가자고 제안해주는 게 내심 궁금해졌다. 
너무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 같은 언어 쓰는 사람들끼리 있으면 더 편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학원에 스페인어 쓰는 애들도 꽤 있는 것 같은 데. 
그 애들 또는 다른 유럽권이나 영어권 애들이 아닌 나에게?~
그렇다고 뭐 동양인이라고 해서 달리하는 것도 없고.
언어가 100% 통하진 않지만 진짜 오늘은 그냥 편하게 친구랑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뭔가 이 친구들이 곧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좀 허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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