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7일차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라도유비타 2020. 2. 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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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27일차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오늘은 어제 간 국립병원 의사가 나의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면서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을 가라고 안내해줬다.
아침에 가라고 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언제 오픈하는지 나와있질 않아 대략 8시 30분 정도에 도착하려고 했으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10시 40분 정도에 병원에 도착했다.

근데 병원이 어제 갔던 병원보다 훨씬 규모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피부과가 있는 병동을 향해 갔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를 몰라
근처 응급대원?처럼 보이는 남자분께 물어봤더니
"몇 층으로 가야 하는 말 없었어요?"라고 했고, "그냥 의사가 이거 주면서 이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요"라고 하니
"층마다 진료과가 달라요. 그리고 층을 모르니 나도 안내해줄 수가 없어요, 근데 이 아래로 내려가면 일단 병동이에요"라고 했고
남자분의 말에 따라 한층 내려갔는데 웬걸 공사 중이고 사람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근데 나와 남자분과 이야기할 때 한 할아버지께서 계셨고 내가 당황해하면서 나오자,
할아버지께서 여기로 더 내려가야 한다고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또 내려갔는데 내가 찾는 피부과가 없고 다른게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다시 되돌아가는 데, 할아버지께서 안 가시고 문에서 날 지켜보고 있으셨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서 "저 모르겠어요 어딘지"이러니까, "일단 와바같이 가줄게"라고 하시면서 나를 안내해주셨다.

급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실 어제 병원에 가서 좋은 감정을 느끼고 온 게 아닌지라, 오늘은 좀 더 긴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따라갔더니 알고 보니 1-2-3-4-5층 이렇게마다 진료과가 달랐고 나는 밖에서 5층부터 시작해서 내려온 거였다.


다행히도 4층인가? 아무튼 피부과가 있었고,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저분한테 가서 말해봐"라고 해서 소견서를 보여주니 이탈리아어로 엄청 빠르게 "무슨 일 땜에 왔어요?"라고 했고, 난 소견서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이어 막 질문을 해댔고 난 못 알아들었다.
이 상황을 지키고 있던 할아버지께서 대신 간호사분께 "이 아가씨 이탈리아어 잘 못해요, 그리고 이 소견서를 보면 증상이 적혀있더라고"설명해주셨고, 간호사는 나에게 "번호를 뽑고 기다리세요"라고 했다.

근데 번호 뽑는 곳이 없는 게 아닌가...ㅠㅠ 그래서 "번호..??"라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했더니
할아버지께서 뽑는 곳을 알려주셨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우리나라처럼 자동으로 나오는 기기가 아닌 수기로 적어놓은 번호표였고, 하나씩 뜯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던 중 한 사람에게 가서
"지금 몇 번까지 들어갔냐"라고 물어봐 주었고 나에게 "여기서 기다리면 돼~~"라고 말씀해주셨다.
진짜 무한 감동 ㅠㅠ 감사한 마음에 울컥해서 눈물이 날뻔했는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 나를 향해있어서
여기서 울면 도와준 할아버지도 당황하고 나도 당황할 것 같아서 꾹 참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기다리고 있다가 어제 아주머니가 이야기해준 것 중 하나인 "진료 보기 전에 결제해야 돼"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데스크로 가서 소견서를 보여주었더니 내가 기다렸던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온 곳이 외국인이 가는 병원보다는 현지인들이 가는 병원 같았고 피부과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 중에서는 외국인이 나밖에 없는 듯했다.
아무튼 난 한 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내 번호를 불렀고, 내 서류들과 번호표를 건네자 받으시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10~20분 기다렸나, 나한테 서류를 건네면서 머라 머라 하신다.


그래서 내가 "죄송한데 못 알아들었어요"하니, "따라오세요!"하며 급 데스크에 가셔서
"이거 너머 머 해줘"라고 데스크 직원에게 이야기해주었고 난 감으로 계산을 해야 되는 구나하고 알아챘다.
그리고 진료비로 52유로를 내야 했다.
특이한 점이 접수대에서 결제하는 게 아니라 무인계산기를 사용해서 결제를 해야 하는 데,
나에게 어떻게 내야 하는지 설명해주시다가 급 "저 따라오세요!"라고 하더니
무인결제기 사용하는 법을 직접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그리고 영수증 사용법에 대해서도? 하나는 다시 기다리고 있었던 진료과에 내야하고 하나는 환자 보관용이였다.

결제를 마친 뒤, 진료를 보기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일단 간호사(?)로 보이는 분이 나올 때면 바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결제한 영수증을 들고 바로 그분에게 갔고, 그분은 영수증과 나의 서류들을 도로 가져간 뒤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 다 될 무렵 도무지 난 어제 들어가 나 싶어서
"저 언제까지 기다리나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호명하는 분 다음이에요"라고 말해주셨고
난 두 시간 10-15분 경이 되었을 무렵 난 의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근데 당황스러웠던 것은 의사가 총 3명이었다. 
나이 많으신 의사분과 서있었던 레지던트,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의 말씀에 따라 앉아서 처방전을 작성하는 의사까지.
그리고 간호사분까지 총 4분이 앉아서 나를 지켜본다.
약간 면접 보는 느낌이었다;;ᄏᄏᄏᄏ

들어가자마자 이탈리아어로 나에게 막 이야기를 해서
"저 영어로 말해도 돼요?"라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돼요!"라고 이야기해주셨고
"영어 하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합니다!"라고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해주셨다.
정말 어제와 상반된 분위기에 적응이 좀 안됐다.ㅋㅋㅋㅋ

아무튼, 그리고 앉아서 처방전 작성하는 의사분이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함과 동시에
나이 많으신 분과 레지던트 분은 나에게 와 증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목과 쇄골 쪽에 트러블이 나자, 두피에 문제가 있어 이게 내려온 걸로 의심하셨는지
내 두피를 막 살펴보셨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시며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셨다.
그래서 "무슨 말이에요?"라고 했더니 처방전 작성하시는 분이 "염색하신 적 있어요?"라고 물었고
"지난주에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상체 피부 전체를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사실 요 근래 갈비뼈 부근에도 피부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걸 오늘 가서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는데,
일어서봐달라고 하시더니 내 옷을 걷으셨다.
우리나라로 치면 좀 당황했을 거 같은데, 내 상태를 파악하고자 살피시는 모습에 '그래 난 환자야'라고 생각하며
여기는 정말 환자와 의사에 여자 남자 이런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로서 뭔가 좀 더 신뢰가 갔다.
살펴보신 뒤,
"음.. 일단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지 저도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어요,
근데 내가 약을 처방해줄 건데 이게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진단명은 "습진 피부염"이라고 기재되어있었다.
아무튼 그리고 처방전 1장과 자필로 약명과 하루에 2번 바르라는 내용을 주셨는 데
필기체로 기입해주시면서 "이탈리아어 쓸 줄 알아요?"라고 물었고 이탈리아어로 "조금요"라고 하니 
무슨 공부하냐고 물었고 "이탈리아어랑 디자인이요"라고 말했더니 
급 세 분이 미소를 띠었고, 처방전 작성하신 분이 "buona studia!"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어주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ㅎㅎ

아무튼 진료를 마치고 난 약을 처방받으러 약국을 가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해당 병원 인근 외에 다른 약국을 가면 처방전에 있는 약이 없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돈 납부한 데스크에 어떤 남자분에게 가서 물어보니 "나 영어를 못해요 잠시만요"라고 하더니 
옆 남자 직원에게 "너 영어 잘해?"라고 물었고 남자 직원은 자신 없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고 다른 직원에게도 물어봐 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데, 여기 처음이고 주소를 몰라서
"혹시 적어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하니, 인근 약국과 조금 떨어진 약국 주소를 적어주셨다. 
그러면서 어디로 가서 어디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등등 길을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두 약국이 늦게까지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만약 닫혀있으면 두오모나 이런 데 약국 가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비록 내가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난 인근 약국으로 후다닥 가서 약을 처방받았다.
근데 영어를 모르시고 나도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의학/질병에 사용되는 약에 대한 용어를 더더욱 알기 쉽지가 않으니 말이다. 
내 감으로는 의사가 적어준 약이 지금 없고 다른 약이 있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걸 나에게 괜찮냐고 의사를 물어본 것 같았는데
나도 확실하진 않아 "이해를 못했어요"라고 이태리어로 이야기하니, 
직접 약을 보여주시면서 "이거 괜찮아??"라고 물었다.

근데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ㅠㅠ..ㅋㅋㅋㅋㅋ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했다. 
제발 이 연고가 들기 바란다. 
그리고 난 너무 지치고 배고파서 근처 카페에 가서 브리오슈랑 카푸치노 한 잔을 먹었다.
근데 가격이 엄청 착했다. 다 합해서 2.40유로!
걸어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탔다... 넘나 힘든 것.ㅠㅠ 

그리고 집에 와서 일본인 룸메에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너는 한 번도 병원 간 적 업냐고 물었더니
간 적 없다고 하며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놀랬다. 
아무튼, 이런 상황을 또 언제 겪어보겠는가 싶고 또 내가 그나마 두통이나 고열 등에 시달리는 질환이 아닌 게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 심한 몸살이 왔을 때에는 어디 나가기도 정말 힘들지 않은가.
근데 그런 경우에 내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시행착오나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오늘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
정말 어제와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대박인 게! 내가 어제 보험 회사에 문의를 넣었는데
오늘까지 이메일 답변이 없어서 내일까지 답변 없으면 직접 찾아가 봐야겠다 싶었다.
점심 먹은 뒤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받았더니 보험회사였다!

그러면서 나한테 이탈리아어 할 줄 아냐고 해서 "조금이요"라고 답했더니,
영어로 설명해주시는 데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보험용어? 같은 것도 내가 알리가 없고..
그래서 내가 "내일 찾아가도 돼요?"했더니, "음 와도 돼요! 근데 내가 지금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와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검색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줄래요?"라고 말했고 한 5분 뒤에 "내가 이메일로 내용 보내줄 테니,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 작성해서 보내주세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해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마쳤다. 

오오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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