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8일차 '제목을 정하고 싶지 않은 하루'

라도유비타 2020. 2.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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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28일차 '제목을 정하고 싶지 않은 하루'


오늘 새벽 5시부터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겼다. 
어제 한국 통장으로 입금되었어야 할 돈이 안들어온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를 말했으나 회계팀이 퇴근했다고 오늘 오전 중으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시차가 현재 7시간이다.
아무튼, 어제 저녁에 잠을 좀 푹 자질 못하고 몇번 깼다가 새벽 5시에 아예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연락이나 돈이 입금되어 있겠지 했는 데, 연락도 없고 돈도 안들어와있었다.
진짜 너무 짜증났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길래 난 또 따지기를 시작했고...
결국엔 내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중으로 넘기지 말라고 기다리고 있겠다 하고 난 스트레스를 잠재우고자 잠을 다시 청해보려 했으나
잠이 다시 오진 않았다. 그래서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하고 어학원 갈 준비를 했다.

다행히 한시간 뒤인가 돈이 입금되었는 데 누락이 됐었다고 한다..
뭐가 되었든.. 내가 확인 안했더라면, 내가 말 안했더라면 자기네들이 확인해봤을까? 라는 생각과
이번이 한번뿐은 아닌지라 나도 좋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냥 황당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말을 몇번을 들어야 할지...나도 남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하는 말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감정이 안좋게 올라왔던지라 성급하게 답장하지 않고
일단 어학원 수업을 들은 뒤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학원에 도착했더니, 삼일 전에 새로 온 콜롬비아 여자애랑 에콰도르 친구, 일본인 2명 이렇게 있었다. 
콜롬비아 여자애랑 에콰도르 애랑은 언어가 스페인어다 보니 신난 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이틀 전 나와 같이 점심을 먹고 이 친구는 관광하러 가고 나에게 어디가냐 물어서 병원 간다고 했다고
내가 어제 어학원에 못나왔던 이유가 병원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에콰도르 애가
잘 다녀왔냐 또는 괜찮냐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는 체도 없이 콜롬비아 여자애랑 떠들기 바빴다.
그래서 '아 얘랑은 친구라 말하기엔 참 애매모호해졌다'라고 느꼈고, 오히려 일본인 친구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다.

그리고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비슷하고 어학원 선생님도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배우셔서
그들이 말하는 걸 거의 알아들으신다. 그러더니 3명이서 이탈리아어 +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기분이 다운된 상태에서 나와 일본인 2명은 철저히 제외된 대화에서 다소 불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수업 도중 어제 배우지 못해 알지 못하는 내용을 설명도 없이
내가 이해 못했다는 듯 '그게 아니야~'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에 살짝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약간 기분이 나빠서 그런지 오기가 생기더니만 집중은 더 잘 됐고 
수업 중간에 어제 진도 나갔던 부분이 나오면 "저 모르겠어요"라고 당당히 말했다.
내 돈 주고 다니는 건데 난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라며..

아무튼 쉬는 시간이 왔고, 에콰도르애는 역시 나한테 말을 안 걸었고 콜롬비아 애랑 이야기에 전념을 했다.
나도 딱히 말 걸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도 커피 한잔 하러 다녀왔는 데 여전히 둘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콜롬비아 애가 나에게 질문을 건넸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와중 
에콰도르 애는 다른 반으로 옮겼다, 그리고 에콰도르 애를 제외한 4명이서 수업을 하는 데.

콜롬비아 애가 선생님이 일본인 학생들에게 질문을 할 때면 구글 번역기로 돌려 일본어로 음성 나오게 하는 게 아닌가.
난 처음에 뭔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런건가 했는 데 
그러면서 나에게 "일본어 하냐"구 물어서, 조금 한다고 답했더니.
그럼 대신 통역 해달라며 일본 애들이 말할 때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고 그래서 번역기를 사용해서 알려준다고 한다.

무슨 뜻과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얘네들도 이탈리아어를 배우러 왔는데..번역기를 돌려주면 무슨 소용인 건가 싶었다.
그리고 심지어 번역이 필요하면 본인들이 하는 게 맞지, 콜롬비아애가 자의적으로 돌리니까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다.
그전에는 일본 애들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선생님의 태도가 오늘은 안보였고
일본 애들이 문맥을 못 짚으면 콜롬비아애한테 "번역기로 알려줘야지 머하냐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등의 태도를 보이셨고 이탈리아어를 적으시면서 콜롬비아애한테 "구글번역기로 알려줘봐 난 이 단어 일본어로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애들 또한 설명을 못하긴 한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신기하게 산으로 간다. 
이에 콜롬비아애는 번역기 돌린 뒤 음성을 틀어놓지, 일본인은 설명하겠다고 고군분투하지 선생님은 못알아듣겠다는 표정과 함께
이탈리아어로 "0000라는거야?"라는 등의 상황이 동시에 펼쳐저 중간에서 더더욱 헷갈렸다. 
사실 구글 번역기가 영어 위주로는 괜찮은 편인데
이태리어-한국어/ 일본어는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이다.
가끔 이태리어 검색하면 한국어로 읽히는 발음으로 번역돼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데 뭐 당연히 이를 모를 테지만...
이 상황에서 좀 어필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도 좀 답답함을 느꼈고
선생님 또한 오히려 콜롬비아 애의 행동을 부추기니 지금 내가 뭐를 배우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은 엄청 내용이 산으로 간 적이 있는 데, 선생님이 큰 소리로 "어??000라고???(전혀 다른 내용 이야기하심)"
그러니 일본 여자애가 당황해서 유부남 일본인한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둘이서 막 또 일본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생님이나 우리에게 설명을 못한다..
그래서 콜롬비아애가 나에게 "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냐"구해서,
"이게 일본에 있는지 없는지 자기네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그걸 이야기하는 것 같고"라고 감으로 파악해 말했다.
그랬더니 일본 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내가 대부분 대신 이야기해주면 끄덕끄덕 거리거나 공감하는 리액션을 보이기 때문에
맞아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하는 게 그래도 전달됐을 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도 괜히 내 의견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을 딱히 재밌다(?)라고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대학 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을 했는데,
일본 여자애가 전공은 사진 전공했으나 직업은 공증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대학교를 두 군데 나온 거냐"라며 뭐지?라는 표정을 지었고, 일본 여자애의 설명은 또다시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콜롬비아애는 또 구글 번역기를 틀기 시작했다.
일본 사람 특성은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더 당황해서 말이 산으로 가고 자기한테 시선이 집중이 되고
자기 의견이 잘 전달되지 않는 이상황이 반복되니 내용이 더 잘못 전달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유부남인 일본인 또한 일본인 여자애가 말할 때 도와주거나 하질 않는다..
오히려 나보다 더 설명해주기가 나을텐데.. 
아무튼 이 상황이 도무지 끝날 거 같지 않아,
추측해서 "전공/부전공 말하는거냐"라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 졸업 후에 자격증 시험 봐서 공증인이 된 거란다.

그래서 내가 영어로 콜롬비아애와 선생님한테 
"아 공증인 관련 공부한 게 아니라, 대학교 졸업 후에 개인적으로 공부했대요"라고 전했더니
선생님은 "나도 알아들었어, 이해했어"이러는 거 아닌가..
아까까지만 해도 "두 군데라고??"막 그러시더니.....일부러 못알아들은 척 하신건가.
아무튼 그러면서 상황이 급 마무리가 지어졌다.

그리고 오늘 집에 와서 일본인 룸메랑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에 대해 좀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친구는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거나 모르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는 등ㅠㅠ 대화가 이어진다는 게 넘 기뻤다.
어학원은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잘터지는 데도 불구하고..같이 수업 듣는 일본 여자는 왜 핸드폰을 사용안하는 지 의문이긴 하다.

아무튼 나 또한 일본인 룸메에게 일본어나 이태리어 좀 사용하기 더 편하다.
나도 모르는 게 있으면 번역기로 찾아보거나 구글 검색하거나 아니면 오늘의 경우 "이탈리아어로 000가 000란 뜻이야?"라며 
물어보기도 했다. 아주머니가 오면 이야기하기도 어려우니, 둘이 있을 때 그나마 서로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어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주머니는 일본 애를 불러 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고
내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에 나에게도 오셨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난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가 차 한잔 끓이러 주방에 갔는데 또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그리고는 "우리 딸 내일 시험이야(어제도 말했음...)"그래서 "아 네..!"라고 했더니
"아까 통화했는데 아직까지 공부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만하라고 했어, 힘들지 않냐"라고 하면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셨다.
아주머니와의 몇 차례 대화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 대부분 딸의 대한 자랑과 칭찬이기 때문에 시작하면 기본 10-15분 대화다.

지난번에도 한번 들었다가 "딸이 언어 시험을 보는 데 이탈리아어를 기본으로 할 줄 알고 프랑스어는 아빠가 프랑스인이 잘하고 그리고 영어도 나쁘지 않게 잘해, 공부 참 잘해"등부터 어떤 옛날 아티스트 스토리까지 쭉 이어졌다. 
어제는 딸이 대학교에서 시험을 본다는 것과 마스터 과정에 들어간 이야기를 하시길래,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네네 하며 할거 있는 척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 다 들어주게 되었는데, 이제는 대화 레퍼토리를 파악하니까
초반에 어느정도 차단하게 되었다. 안 그러면 내가 다 들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한번은 잘 못 알아듣겠어서
"머라 하셨는지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했는 데, "아니, 나 피곤해 자러 갈래"이러면서 급 자러 가신 적도 있었다.
내가 시작한 대화도 아닌데, 난 이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했는데 저럴 때면 나도 기분이 썩 좋친 않았다.
나도 그때 내가 할 거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는 데 말이다.
그래서 이젠 그냥 딸 이야기 나오면 "네~ 그렇군요"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말 상대가 필요할 때면 나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탈리아어"에 관련된 질문인 데,
오늘 이탈리아어 뭐 배웠니? 라며 막 이런저런 말을 하셨다.
그래서 어느 정도 들은 담에 "이탈리아어 어렵긴 하죠"라고 했더니
"응 근데 내가 왜그러는지는 이유를 설명못해줘,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니까" 라고 하셔서 
"그렇쵸~~"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대화'보단 본인의 주장/이야기를 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듯 해서 
국립 병원 일에 대한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에 눈물이 난 뒤로 이야기를 막 많이 하고 싶어지진 않았다.
소위 말하는 이 사람과 '대화가 통한다'라는 느낌은 아직 못 느꼈으니 말이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해도 결국엔 아주머니의 주장과 스토리로 끝난 적이 대다수이고.
그래서 그때의 일을 계기로 삼아 아주머니와 이야기할 수 있는 범주가 정해진 것 같다.

아무튼 내일 콜롬비아 애가 학원 끝나고 같이 머 하러 가자고 했는 데 
요새 급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친구 또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상태이다.
그냥 예의상 해본 말일 수도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내일 어학원 가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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