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6일차 '어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다.'

라도유비타 2020. 2. 10. 18:50
728x90
300x250

이탈리아 생활기 : 26일차 '어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다.'


피부 트러블로 인해 어학원과 어학원 쌤에게 물어보았다.
어학원 쌤은 국립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그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이거나 무료라고 말해주었고
어학원 행정 직원분은 개인 병원을 추천해줬지만 한번 진료 보는 데 50유로 정도 든다고 말해주었다.
별일 아닌 걸로 그 정도 돈을 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이탈리아 오자마자 해야 하는 보험 든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
혹시 보험은 어떻게 적용받고 하는 건지 이탈리아 우체국에 가서 어떻게 알 수 있냐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모른다고 해당 회사에다가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집 주인아줌마가 알려준 개인 병원이 바로 5분 거리여서, 거기로 향했는데 48유로 진료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혹시 국립 병원 위치 알려주실 수 있냐 물었더니 5분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난 혹시 여기서 진료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 한 뒤, 국립병원을 향했다.
그리고 국립병원에서 어이없는 이탈리아인 세명을 만났다.

접수대에서 총 3명이 앉아있었고, 간호사인지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환자 안내해주고 의사가 진료볼 때 옆에 있는 거보니 간호사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아무튼, 그중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나에게 여행객인지 학생인지 물었고 학생이라 했더니
왼편에 앉아있던 간호사(?) 분이 “그럼 이탈리아어 말할 줄 알아야지 여기서 공부를 한다면~ 이탈리아로 말하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진심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온 지 한 달 됐는데 내가 어떻게 아픈 걸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겠냐"라며 뭐라 하니까 급 말이 없다.
그러면서 갑자기 무슨 공부하냐면서 묻길래 그냥 “못 알아듣겠어요 무슨 말하는지”라고 말했고 그 사람과 대화를 차단했다.
더 이상 이야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차라리 "어? 그럼 이탈리아어는 할 줄 알아요?"라고 물어봤으면 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겠지만,
일단 뭔가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찾아온 환자(?)를 대상으로 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인이 내 진료를 보는 의사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와 영어로 이야기 나누던 간호사 또한 그분한테 별말 없는 거보니, 자기네들한테는 무례한 질문으로 생각되지 않나 보다.

아무튼 그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가고 한 남자분께서 친절히 대해주셔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데,
의자가 ㄷ자로 되어있었고 내 왼편에 엄마와 딸이 있었다.
근데 그 딸이 내가 앉은 의자 쪽을 다리 떨면서 툭툭 건드리는 데 그게 내가 앉은 쪽까지 떨림이 왔고
딸을 향해 “차지 마세요” 라고 했더니 엄마가 뭐라고요?라고 하길래 “차지 마세요” 그랬더니
딸은 자기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짓고 엄마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Dont kick it!’을...
그러면서 내 시선을 피했고 그 딸은 다리 떠는 걸 멈췄다.
그럼 알아들은 게 아닌가, 왜 발뺌을 하는 건지.
그냥 미안하다거나 몰랐다거나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오늘 어학원 선생님이 국립병원에 갔을 때 사람들이 별로였다고 했는데, 진짜 공감이 갔다.
어후 진짜 짜증이 확 밀려오면서 급 정이 떨어진다. 진짜 이탈리아에서 아프지 말아야지.

그리고 난 두 시간을 기다린 뒤에서야 의사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의사가 영어로 "주치의 있어요?(이탈리아는 개인마다 주치의가 있음)"라고 물었고
"없어요"라고 했는데 또다시 영어로 "주치의 있어요?"라고 물어 "없어요"라고 했더니
"내 말을 이해를 못했군요.."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엥? 뭔 상황인가? 싶어
"아니 방금 저에게 '주치의 있냐고'물어봤고 저는 '아뇨'라고 답했어요. 주치의가 없어요"라고 영어로 설명했더니
"아, 그렇군요 맞아요 그 질문이에요"라고 했고 이어 나의 상태를 물어봤다.
열이 있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가려운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뭐 잘못 먹은 거 있는지.

그러면서 자기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니 처방전을 주면서 내일 아침에 00병원 피부과를 가라고 한다..
그리고 약국에서 가서 약을 처방받으라고..
소견서 같은 거를 써준 것 같았다. 그리고 금액은 25유로가 나왔다.
그래서 금액을 결제하고 집으로 후다닥 와서
인터넷이 끊김과 연결을 반복하는 게 너무 싫어서 해당 소견서랑 결제 금액 영수증 등을 확인하고자
주방으로 갖고 나왔다.
근데 또 마침 집주인 아주머니가 퇴근 후 돌아온 게 아닌가.
나의 모습에 "어떻게 됐어?"라고 말하는 데, 일단 내 말을 잘 안 듣는다.
내 이야기를 좀 들어야... 나도  말할 거 아닌가..

이때부터 말을 말았어야 할 시초가 될지 몰랐다.
아무튼 난 아주머니의 말 가로채기에 고군분투하며 어학원과 얘기한 내용과
"개인병원은 50유로 정도라 나에겐 비싼 것 같아서 국립으로 갔고 여기서 25유로를 냈다"라고 말했더니
"그러니까 내가 개인병원 가라고 했잖아~너 25유로 내고 또 내일 아침에 가서 50유로 정도 내야 돼. 그럼 결국엔 넌 돈을 아낀 게 아니지"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이걸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어제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심지어 돈 내야한다는 언급도 없었다.
중간에 아주머니 친구들이 와서 이야기가 끊겼고 나는 그냥 그 병원 주소만 확인받았을 뿐..
그래서 막 이런저런 거 알아보고 있다가, 아주머니에게 "오늘 국립병원에서 좀 살짝 기분 상한 일이 있었어요, 어떤 간호사가 있었는데 저에게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해야지 왜 이탈리아어로 이야길 안 하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가볍게 건넸는데

갑자기, "그런 일은 나한테도 있어. 내가 밀라노에 간 적이 있었거든? 근데 뭘 물어보려고 들어간 곳에
직원이 영어만 할 줄 알고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어 좀 하라고 말한 적은 있지"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아줌마의 상황과 내 상황은 완전히 다른데. 그럼 내가 그 직원 같았다는거야?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라고 설명을 하려고 하는 데 계속 안하무인으로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내가 만약 한국에 있었으면 똑같았을 거야, 한국어를 해야지. 아니야 한국인들은 영어를 하니까 괜찮을 수도 있겠다. 아! 만약 내가 중국에 있었다면 아마 난 죽겠지, 중국은 영어가 안 통할 테니 그리고 그 간호사는 아마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겠지, 병원은 여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지 그리고 안타깝게 네가 오늘 있었던 거"라는 등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야기했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크기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본인의 말만 주장하기 바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자니, 정말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그래서 난 결국 눈물이 터졌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아주머니께서는 "왜 울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라고 물으셨고,
"울지 마.. 세상에는 무식하고 멍청한 사람들이 많아. 그냥 잊어버려, 가끔 이탈리아 사람들 중에서 무식하고 베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심지어 그 사람은 자기가 도움을 줘야 할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니 내가 대신 사과할게"라며 급 태도가 달라졌다.

이어 "어디 병원이라 했지? 내 친구가 그 병원에서 일해. 내가 내 친구한테 말하겠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물론 그 여자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게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눈물이 터진 이유는 아주머니 때문인 게 더 컸다.
어쩜 저렇게 본인 말만 할까, 본인이 기분 안 좋을 때 내가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농담 식으로 하하 호호 넘길 수 있을까?
그저 "아 그런 일이 있었어? 그 사람 왜 그랬을까, 이상하네~기분 나빴겠다"이런 식의 간단한 말이면 나에게는 충분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어 아주머니께서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 농담으로 던진 듯하지만..
"네가 필요하면 내가 '저 이탈리아어 잘 못합니다'라는 문장 적어주겠다"라고 했고...

난 "그 정도 문장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난 영어가 가능한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내가 여행객이 아닌 학생이라고 하자, 갑자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어 "그럼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해야지"라는 등의 이야기는 그녀가 할 말이 아니었다. 무례하다.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겠냐, 나도 왜 이런 트러블이 난지도 모르고 심지어 가렵지도 않고 음식으로 생긴 알레르기도 아니고 나도 이게 뭔지 모르겠는 데 이탈리아어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그리고 충분히 나도 모든 사람들이 이렇지 않다는 걸 안다, 나도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하지만 왜 이런 트러블이 난 건지 나도 몰라서 온 거고 이제 온 지 한 달 밖에 안된 내가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언어인 영어로 뭐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냐. 그리고 나도 그 여자가 뭐라 하든 나도 뭐라 했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기분이 나쁜 게 사실이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아주머니는 "그런 멍청한 사람 잊어버려~그리고 그런 사람 때문에 울지 마. 그리고 아마 걔는 자기가 영어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걸 거야. 그리고 넌 이제 온 지 3주 밖에 안됐는데... 그리고 이런 상황은 나에게도 종종 생겨.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짜증 나게 하지"라며 말하며, "내가 대신 사과할게 이런 일이 너에게 일어나서 유감이야"라고 말씀하셨고, "아주머니가 미안해하실 일은 아니다, 난 괜찮다"라며 전했다.
그리고 난 그냥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펼쳐놓은 서류들과 컴퓨터를 정리하며 방으로 들어왔고
밖에서 산책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오늘 하루는 참 버라이어티했다.

방금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집에 들어오는 데,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무슨 이야기요?"라고 했더니, "오늘 받아온 소견서 가져와바, 내가 보고 필요한 질문이 있나 한번 봐줄께"했다.
예전과 같았으면 기대감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겠지만!
아주머니의 레파토리를 알기에...
역시가 역시였다.

소견서를 보시고는, "내가 써줄만한게 없네...그리고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학원에 전화해서 번역이 가능한지 통역해줄 수 있는 지 물어봐.(어학원은 영어로 밖에 대화가 안됨. 고로 나에게 도움이 불가) 내가 해주고 싶은 데, 내일 너무 바빠 일이 꽉 차있거든. 그래서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그러니 무슨 일 생기면 어학원에 전화해 그리고 부끄러워하지마, 이탈리아어 못한다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내가 너를 도와주고 싶지만 내일 너무 바빠서"라고 재차 말을 하셨다.

물어보는 게 부끄러웠던 적이 한번도 없다.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안해서 그렇치, 마트나 이런데서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이게 혹시 이건가요?"등 질문을 해대는 편이였기에..
근데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떤 반응이 올지 모른다는 게 포인트 아니겠는 가...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움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 또한 태반이기 때문에.
아무튼 그래서 "부끄러운 거 없어요"라고 답했고, 내가 알아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공감과 구독은 포스팅에 즐거움이 됩니다 :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