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생활기 : 21일차 '평범한 하루'
어제 새벽에 비가 왔는데, 너무 추워서 창문이 열린 건가? 하고 잠에서 깨었다.
맨투맨, 레깅스, 수면양말을 신고자도 추움을 느꼈다. 흑흑
전기장판의 그리움... 언제쯤 추위를 안 느낄 수 있을까?!
근데 더위가 와도 곤란하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
아무튼..ㅠㅠ 오늘 아침에 수업 갈 준비를 급하게 하고 있는 데 초인종이 몇 차례 울렸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누가 올리도 없고, 아줌마한테도 따로 이야기 들은 게 없어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갑자기 집주인 아주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청소해주시는 아줌마 오는 날인데 키가 없다고 건물 현관문을 열어줄 수 있냐는 거였다.
인터폰처럼 여기도 있긴 한데,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대강 열쇠 표시되어있는 버튼을 누르고
그런데도 자꾸 초인종이 울리길래 결국 방에 자고 있던 일본인 친구를 호출했다.
그러고 때마침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청소하시는 분이었다.
이렇게 나의 아침 식사 시간은 뺏기고... ㅜㅜ
가기 전에 빵 하나 사들고 황급히 또 학원을 가기 시작했다.
에콰도르 친구는 지금 듣는 수업이랑 한 단계 높은 수업을 반반 나눠 듣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반을 옮겨갈 때, 나에게 "오늘도 파니니 먹으러 갈래?"라고 물었고
"그래!"라고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는 데, 애 있는 일본인 남자 학생을 선생님이 틈날 때마다 놀리셔서
웃음 참느라 혼났다..ㅠㅠ
아무튼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데스크 쪽에서 에콰도르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잠깐 기다려달라 하고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에콰도르 친구가 전에 같이 베키오 다리를 간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일본인 친구도 계속 똑같은 말만 내뱉었다.
그래서 내가 에콰도르 친구한테 "무슨 말하고 있었던 거야?"라고 물었더니,
"우리 파니니 먹으러 가기로 한 거, 그거 같이 갈래?라고 물어봤는데 지금 뭐라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인 친구에게 물으니, 계속 "두 시간 뒤, 4명"이란 단어를 손으로 휘저으며 반복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래서 "두 시간 뒤에 4명이랑 약속 있다고?"라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말할 때마다 퀴즈 맞히기 게임도 아니고..ㅠㅠ
아무튼, 그래서 "우리랑 같이 먹으러 가는 거야?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잠깐만 기다려줘!"이러더니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나와서는 망설이더니, 유부남 일본인 학생한테 가서 뭐라 뭐라 하더니 우리한테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같이 나서서 파니니를 먹게 되었다.
고르곤졸라랑 꿀이랑 호두가 들어있는 파니니였는 데 맛있었다.
근데 파니니 크기가 작은 편이 아닌지라, 먹으면서 질리는 게 함정이다..
에콰도르 친구랑 일본인 친구는 다 먹어서 놀랬다.
안질리나?ㅠㅠ에콰도르친구는 그렇다 쳐도 일본인 친구가 내심 대단.. 먹는 거 좋아한다고 하긴 했는데.
아무튼, 근데 또 갑자기 에콰도르 친구한테 "카이 스파뇰로"라고 하며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그래서 우리 둘 다 "카이?? 그게 모야?"라고 물으니 또 막 설명을 하는 데
정말 1도도 모르겠다.. 뭔지..
결국 에콰도르 애도 구글을 꺼내어 보이고, 나는 번역기로 카이를 검색했는데 다른 게 나왔다.
구글에 카이 검색하니 엑소 카이만 엄청 나오고ㅋㅋ
결국 조개류의 한 종류라는 걸 알았는데, 굴을 검색해서 보여주니 아니란다.
막 손가락으로 크기가 이만하고 더 검다고 ㅋㅋㅋㅋㅋ
에콰도르 친구랑 나랑 '도대체 뭘까..'라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근데 왜 갑자기 카이를 이야기하는 건가.. 왜 이 사람이 이야기한 걸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알아봐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내가 정답을 맞히게 되었다.
바로 '홍합'이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사진을 보여주니 맞는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거 맛있다고 엄지 척! 하고 끝났다...
스무고개 끝에 결과가 너무나 허무..ㅠㅠ 아무튼 이 일본인 친구랑은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힘들다.
어느 정도 설명을 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카이, 스파뇰로, 엄지 척' 이게 무한 반복..ㅠㅠ
본인도 설명을 못하는 걸 "아..."이렇게 표현하지만ㅠㅠ
그리고 유부남 일본 학생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일본인 친구 말로는 "오늘 00가 선생님한테 아기 사진 보여줬어"라고 하길래,
"아 그래? 나도 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근데 남자가 아니라 여자 아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랑 에콰도르 애는 또 놀랬다.
아이 이름이 미키인데 일본에서는 여자아이 이름이란다.
근데 어학원 선생님은 이를 알리 만무했고, 미키마우스의 미키를 생각해 남자아이로 생각했던 것.
그래서 bambino(남자아이)라고 이야기하고 화면에 쓰기까지 했는데;
오늘 선생님이 사진을 보고 분홍색 옷을 입혀놓은 아기 모습에 "딸이냐"라고 물었단다.
이 말을 듣고는 "아니 근데 왜 딸이라고 바로 말 안 한 거야? 화면에도 밤비노라고 몇 번이나 쓰셨는데;;(심지어 오늘도 계속 수업 시간에 언급하셨음)"라고 물었더니, "그냥 좀 말하기가 그랬던 것 같아"라고 답했다.
이에 '아 정말 일본인답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냥 더는 안 물어봤다.
더 물어봤다가 내가 더 답답함을 느낄 것 같아서...ㅠㅠ
그리고 파니니를 먹고 헤어지는 데, 또 나에게 00슈퍼 마켓 아냐면서 계속 "페이퍼, 페이퍼"단어를 반복하면서
손짓을 하는 데 오늘은 스무고개 그만하고 싶어서, 모르겠다고 답하니까
와이파이도 안 잡히는 폰을 잡고는 단어를 찾기 시작하는 데,
마침 내 집 쪽으로 가는 골목길이 다 와서 "미안한데 나 이쪽으로 가야 해"라고 말한 뒤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짐을 내려놓은 뒤 걸어서 베키오 다리를 다녀왔다.
근데 어떤 사람이 내 어깨를 툭툭 치길래 뭐지? 하고 돌아보니 어떤 노부부께서 사진 좀 찍어줄 수 있냐 물어서
흔쾌히 찍어드리고 근처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랑 통화하면서 어제,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 하면서 젤라또 하나 먹고~
오늘, 내일 비 온다고 해서 그런지 날씨가 넘 우중충하다.
비가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ㅠㅠ.
아무튼 요새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놀랍다.
인터넷이 안되서 주방에 나가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 데 집 주인 아줌마께서 퇴근하고 돌아오셨다.
그래서 안부 주고 받다가, 아줌마께서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나니?"라고 물었고
"안나는 데요~무슨 냄새요?"라고 했더니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주머니께서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하셨다.
그 근원지는 쓰레기통이였고,아주머니는 나에게 "이거 너가 버렸어?"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가보니까, '닭고기'가 담긴 팩이였다.
주말에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가 닭고기 요리를 했던 지라.. 요리 뒤에 팩을 안 헹구고 그냥 버린 것 같다.
가까이 가니 진심 냄새가 역했다.
그래서 난 닭고기 안 먹었다, 돼지 고기 먹었다 하니
아주머니께서 "아~00(일본 룸메 이름) 걔는 애기 같애, 말해도 똑같애"라고 말하면서
급 나에게 심경을 털어놓으셨다.
"내가 오늘 피곤해, 근데 이렇게 누군가 잘못 해놓은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아. 정말 피곤하다"라고 했고
"무슨 말인지 알아요"라고 답하니, "내가 일반적인 걸 요구하는 거지? 누구나 이런 냄새는 싫어하잖아"라고 말하셨다.
사실 나도 저번에 돼지고기 항정살 팩을 사서 구워먹은 적이 있는 데,
한 덩어리가 남아 내일 구워먹어야지 하고 냉장고에 냅뒀더니 고기 냄새가 좀 역하게 나기 시작해서
바로 구워먹고 팩을 물로 두어번 헹구어 쓰레기통에 넣었었다.
그럼 냄새도 안나는 데 일본인 룸메 친구는 그냥 다이렉트로 버린 것 같다...
아무튼 아주머니는 그 팩을 비닐봉지에 한번 싼 뒤 다시 스레기통에 넣으셨다.
그리고는 다음번에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은 그냥 바로 바깥에다가 버려달라고 말하셨고
이거는 내가 걔한테 따로 이야기할테니 너가 이야기하지말라고 전하셨다.
(내가 따로 걔한테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다..ㅎㅎㅎ)
그리고 이어 오늘 아침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문 열어달라고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일본인 룸메 친구는 모든 늦다고 그래서 나한테 부탁했다고 말하셨다.
늦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리액션은 이해한듯, "아~~", "오~~" 등 크게 하면서 막상 바뀐게 없으니 말이다..ㅎㅎ
모르겠다, 왜 그러는 지는.
이해를 못해서 그럴 확률이 크지만, 이해를 못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아무튼 그러면서 괜히 그랬는지, 그래도 "걔가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 근데! 가끔은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애"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아줌마랑 19금 이야기로 까지 넘어가 급 둘다 빵터지고ㅋㅋㅋㅋㅋㅋ
아줌마네 회사에서 뭐 프로그램 준비하시는 게 있는 데 기회가 되면 나를 데려가주겠다고 하셨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ㅎㅎ 그래도 오늘 아주머니랑 빵 터질 정도로 웃으면서 얘기해본 적이 처음인지라 기분이 좋았다.
갑작스레 다음주 토요일날 '밥 딜런'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방금 에콰도르 친구가 "혹시 밥딜런 좋아해?"라고 묻길래
"응~! 왜?"라고 물었더니, "많이? 아니면 그냥 어느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니구 그냥 좋아해!"라고 했더니 사진을 함께 보내주면서
"그게.. 밥딜런 콘서트 이번주 토요일날 피렌체에서 한대"라고 말했다.
그래서 "와우!!"라고 보냈더니,
"갈 수 있어?~갈래?!~"라고 물어봤고
"응!! 밥딜런 유명하잖아!! 같이 가자!!"라고 보냈고 급 둘다 바로 표를 끊었다.ㅋㅋㅋㅋㅋㅋ
밥 딜런 나이가 현재 78세다..(1941년생)
내가 지금 아니면 또 어디서 언제 밥 딜런 콘서트를 보겠나...광팬이 아니더라도 가야지!
생각지도 못했는 데 넘 설렌다.
꺅 :) 토요일이 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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