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0일차 '마트 카드 만들게 되다(feat. 집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

라도유비타 2020. 2.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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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20일차 '마트 카드 만들게 되다(feat. 집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


 

오늘 어학원 수업이 또다시 오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보다 2주 전에 수업 시작한 반이 있었는데 듣는 사람이 2명 밖에 안 남아서 반을 합치게 되었다.
한 명은 미국인 여자, 한 명은 일본인 남자였다.
총 6명이 되었다.

근데 처음이라 그런지 뭔가 어색함과 분위기가 좀 달랐다.
선생님도 원래 유쾌하게 막 넘어가시고 이러던 분이었는 데
오늘 노르웨이 친구가 동사를 버벅거리니까, 내일 다시 물어보겠다며 엄포를 놓으셨다.
급 차가워진 느낌!? 새로운 애들이 와서 그런 건가..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선생님 모습으로 돌아와서 괜찮았지만..

그리고 갑자기 선생님이 일본인 남자한테 "결혼했어요?"라고 물었다.
'갑자기 웬 결혼?'이란 생각에 일본인 남자 쪽을 쳐다보니
왼쪽 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일본인 남자는 "네 결혼했어요"라고 답했다.
이어서 "아이는 있어요?"라고 물으니까, 있다고 답한다.
근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는데...
있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당연히 아이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라고 물어봤는데,
한참 생각하더니 "3개월이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좀 놀라면서 "아니ㅎㅎㅎ 3개월인데 그렇게 생각하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냐"라는 질문을 한 2-3번 만에 알아듣더니
아이의 이름도 한참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했다.

지켜보는 나도 넘나 당황스러웠다.
'아니, 애 아빠 맞아?!'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아이 사진 있어요?"라고 묻더니 "없다"라고 답했다.
정말 무미건조한 답변이었다.. ᄒᄒ;;
그래서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짓고 다들 웃음을 지었다.

사진은 다음에 보여주겠다는 답변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수업 도중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사진 찍는 거 좋아하냐"라는 질문을 하셨는 데.

일본인 남자의 답변은 "예"였다.
그러자, 이를 놓치지 않을 선생님은 "아니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면서 애 사진은 하나도 없어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다들 웃음이 터졌다.
3개월이면 정말 태어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아이의 사진도 없고 이름도, 몇 개월 됐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볼 정도라니.ㅠㅠ
이탈리아어를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 1년 정도 공부하고 왔다고 해서, 간단한 답변을 못할 리가 없다.

이상황에 문득 나는 일요일 날 에콰도르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대화 주제 중 하나인 '결혼과 아이'에 대한 나의 답변을 듣고 에콰도르 친구가 놀란 적이 있다. 

질문은 '결혼하면 아이 낳을 거야?'라는 거였는데,
나의 답변은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낳을 수도 있고 안 낳을 수도 있어"라고 말했더니
에콰도르 친구가 "엥? 무슨 말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남자가 가정적이지 않거나 아이를 잘 안 돌보는 경우가 있어
아이의 육아는 거의 엄마 몫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아직 그런 인식이 있어. 그래서 나는 남자가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를 잘 돌보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낳을 거고, 만약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에도
아이를 잘 안 돌볼 사람이면 그냥 남편으로서만 같이 살 생각이야. 내가 사랑한다면."이라고 답했더니

에콰도르 친구는 "말도 안 돼, 그런 남자가 있어?"라고 답했다.
그래서 "응, 전부 다라고는 말 못하지만 그런 남자가 있어. 그리고 다른 나라 남자들은 내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라고 답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꺼냈는지 설명을 하자면..
바로 오늘 일본인 남자의 모습을 보고서이다.
수업을 시작할 무렵 선생님의 첫 질문은 "다들 자기 나라가 그립니?"였다.
나는 "그립다"라고 답했고 몇몇 이들은 그립다, 조금 그립다 등을 이야기했는데
일본인 남자는 그립지 않다고 답했고, 이어 나중에 결혼한 사실과 아이가 있단 사실에 놀란 이유가
아니 가족이 있는 데 그립지 않다니.. 그것도 이제 태어난 지 3개월 밖에 안된 애가 있는데!ㅠㅠ

개인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그 일본 남자의 모습을 보자니..
그때 에콰도르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에콰도르 친구가 그 당시엔 이해를 못했는데, 아마 이 일본인 남자의 이야기를 빗대어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알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부터 또 수업이 오전으로 바뀌었다.
오후로 바뀐지 얼마나 됐다고...ㅠㅠ

그리고 에콰도르 친구랑은 되게 편해졌다. 수업 끝나고 같이 파니니 먹으러 갔다!
파니니 주문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데, 에콰도르 친구가 "너 머리 예뻐"라고 말하길래
"고마워!"라고 했더니 "만져봐도 돼? 부드러울 것 같애"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흔쾌히 "응!"이라고 했더니, 만져보더니 "부드러워~~"라며 급 머릿결을 부러워했다.
나는 에콰도르 친구 곱슬머리 보고 부럽다 생각했는 데, 뭔가 곱슬머리 보면 귀여운 느낌이 든다. 
아무튼 파니니를 먹은 뒤 에콰도르 친구는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가고 난 집에 짐을 놔두고 에셀룽가에 물을 사러 갔다.

그리고 요새 좀 고민이던 게 머리 색깔이었다.
한국에서 자연 갈색으로 염색하고 왔는데 석회질이 담겨있는 물이라 그런지
염색한 부분이 전보다 훨씬 밝아졌다.
그리고 뿌리 부분이 티가 많이 나서, 염색을 하고 싶었던 찰나였는 데!
에셀룽가에서 염색약이 세일 중이어서 급 구매했다.
근데 염색약 색깔 고르고 있던 와중 어떤 이탈리아 여성분이
내가 이탈리아인인 줄 알고 염색약에 대해 막 물어보셨다.
그래서 내가 잉? 무슨 말이지?라는 표정을 짓자, '어머 미안해요!'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튼 서로 미소를 지으며 빠이빠이 하고.
집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없어서 편히 염색을 했다. 의외로 염색이 잘 됐다!

나의 두 번째 고민이던, 샤워 후 건조함!
보디로션을 구매하려고 했다가 맨날 까먹고 그냥 돌아왔던지라,
이번에는 꼭 구매할 테다! 해서 샴푸 용품 등이 있는 코너에 가서 무슨 오일 어쩌고 하는 걸 봤다.
근데 보디라는 단어가 없어서 옆에 직원분에게 "죄송한데 이거 몸에 바르는 오일인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막 머라 머라 설명해주셨다.
근데 내가 알아듣지 못한 게 함정..
그러면서 "보디로션 찾는 거라면 0000크랑 베이비 존슨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셔서
알아들은 베이비 존슨 보디로션을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데오도란트! 아직 여름 철은 아니지만, 1.99유로에 세일 중이어서 구매했는데.
영수증에 보니 원래 가격인 2.85유로가 찍혀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냥 갈까 하다가 '에이 그래도 물어나 보자, 잘못 찍혀있는 경우가 이번 만 생기진 않을 테니'라며
계산원에게 갔는데 머라 머라 하면서 "뒤 카운터에서 문의하세요"라고 해주셨다.
계산원분 말대로 뒤 카운터에 가서 "이거 1.99유로로 봤는데, 2.85유로로 되어있어요"라며
영수증과 물건을 함께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카운터 직원분께서 "마트 회원 카드 있는 사람한테 할인되는 거다, 카드 있냐"라고 물어보셨고
"아 없어요, 혹시 만들 수 있나요?"라고 하니 "코디체 피스칼레 있어요?"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지난주에 받은 카드를 드렸더니, 어떤 종이를 주시면서 주소와 사인을 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마트 카드를 발급해주셨고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는 데,
충전식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100%는 알아듣지 못해서 아마 따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시 알아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혹시 이거는 그럼 할인 못 받는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알겠다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할인된 금액으로 사진 못했지만, 그래도 물어보니 무언가라도 얻어 가는 게 있어 다행이었다.

이어 내가 오늘 제목에 'feat. 집주인 아줌마의 잔소리'라고 붙인 이유가 된 이 요리도구들...
오늘 집주인 아주머니는 웬일로 집에 없으셨다, 그리고 저녁 7시 넘어 들어오셨는 데
저녁 요리를 하러 문을 열었는데 집주인 아줌마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잘 지냈어?"라고 묻는 데, 기분이 안 좋으시거나 신경이 날카로울 때 느낌이 확 들었다.
그래서 "네 잘 지냈어요 오늘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니,
"피곤해, 뭐 하러 가니?"라고 물으셨다.
"요리하러 가요"라고 답했더니만, 급 인상을 찌푸리시더니 급 이탈리아어로 막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시며 주방 쪽으로 앞서가신다.


그래서 '뭐지? 뭔 일 있나?' 했는데, 저 요리 도구들이 덜 닦여 있다고 한다.
사용하면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본인 기준에서 더러운 도구들을 꺼내어 물에 담가놓으셨다.
그러면서 급 분위기가 뭔가 내가 이렇게 한 것처럼 몰아가시길래...
"저 이거 사용하지 않았어요."라고 했더니, 급 일본인 친구를 부르셨다.
자다가 깬 일본인 친구도 아주머니 소리에 주방으로 나오게 됐는데, 폭풍 잔소리가 시작되셨다.
결론은 깨끗이 사용하라 이것인데, 급 분위기가..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들 같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나는 요리 도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 해봤자 포그랑 저 도구들 중 한두 번 써본 정도가 다랄까...
그 정도로 요리를 거의 안 했다. 요리를 하는 편은 오히려 일본 친구랑 아줌마 측인데...

그래서 순간 이 불편한 상황에 짜증이 나면서
'왜 우리가 더럽게 했다고 할까? 본인이 집에서 삼시 세끼 다 요리해서 드시는 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 애는 어떻게 이 집에서 6개월이나 버텼지?'라는 존경심이 들었다.
이럴 거면 그냥 식기도 다 개인 꺼 사서 쓰는 게 편할 텐데, 왜 본인 거를 공유하실까나..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왜 하필 또 잘 지워지지도 않는 나무;;...

아무튼 우리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시고는 본인은 빨리해야 할 일 있다면서 급 상황을 마무리 지으셨다.
그런데 일본인 친구가 "혹시 세탁기 써도 되나요?"라고 물으니, "아니, 나 급한 일 있어 나중에"라고 하시면서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셨다.

사실.. 나도 세탁기 써도 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 데...ㅠㅠ
하.. 진짜 이놈의 세탁기, 내일은 학원 끝나고 세탁방 가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와야겠다.

집주인 아줌마와 일본 친구가 각자 방에 들어간 뒤, 나는 저녁으로 펜네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고기를 넣어 먹으니 훨씬 맛이 좋았다.

저녁을 다 먹은 뒤, 뒷정리를 마치고 방으로 가려고 하는 데 집주인 아줌마가 일본인 친구를 또 불렀다.
그리고 물에 담가 놓은 요리 도구를 닦으시면서 또 깨끗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시길래, 난 그냥 내 방으로 들어왔다.
기분이 다운되고 답답해서 바람 좀 쐴 겸 젤라또를 먹으러 나가려고 하는 데 집 주인아줌마가 어디 가냐고 해서 젤라또 먹으러 간다고 하니, 급 또 방긋 웃어주셨다.

내심 머라 한 게 미안하셨는지, 먹고 난 뒤 맛이 어떤지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무튼 본의 아니게 1일 1 젤라또를 시전하게 되다니..

우리나라와 달리 치안이 좋은 곳은 아니다 보니 바깥에 오래 있진 못하고  젤라또를 다 먹은 뒤 한 15분 정도 강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다가 왔다. 


내일은 행복한 일들이 가득 생기길..! 
그나저나 일하는 곳을 찾아보고 싶은 데, 어디서 어떻게 찾을 지 좀 막막하다.
이것도 알아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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