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3일차 '인생은 혼자임을 잊지 말기'

라도유비타 2020. 2. 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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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23일차 '인생은 혼자임을 잊지 말기'


 

오늘 어학원에 노르웨이 친구랑 미국인 친구는 또 안 나왔고
오전에는 나, 에콰도르, 일본인 2명 이렇게 총 4명 그리고 중간에 에콰도르 친구는 반을 옮기고
나, 일본인 2명 이렇게 3명이 수업을 받았다.
괜히 다른 사람들이 안 나오거나 이러면 나까지 좀 마음이 해이해지는 것 같아서, 
'나라도 빠지지 말자'라는 말을 되뇌며 수업을 들었다.

중간 쉬는 시간에 매일 가던 커피집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파니니 먹는 곳으로 갔는데
바로 옆에 있던 어떤 한 중년 아저씨가 한국인인 것 같다고 자기와 같이 온 일행들에게 말했다.
내가 고개를 돌리니 아저씨도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내가 씩 웃으니까.

"어디서 왔어?"라고 물었고 "서울에서요!"라고 하니 못 알아들으셨다.
그래서 다시 한번 "서울이오! 한국인이에요~!"라고 했더니 "아~~!"라고 하며 급 지인분들과 공감을.
아마 서울이 아니라 다른 지역을 다녀오셨나보다. 
아무튼 그러더니 "한국에 갔다 왔었어~"라고 이야기했고, 나의 이탈리아어 실력이 아직은 짧은지라.. ㅋㅋㅋ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전하며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뭔가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어디서 왔냐
간단한 질문인데도 알아들은 게 뭔가 뿌듯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이라고 알아봐 준 거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그리고 오늘은 에콰도르 친구랑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뭔가 평소와 달랐다.
말도 없고 무슨 말을 해도 그게 길게 이어지지 않고 거의 짧게 짧게 대화가 끝나고..
나도 이제 물어볼 말도 없어져서, 그냥 이야기 안 하게 되고?..


어제까지만 해도 왓츠앱으로 연락 오고 이랬는데 급 뭔가 어색함이 감돌았다.
혹시 컨디션이 안 좋은 건가? 싶어서 "너 괜찮아?"라고 물었는데 괜찮다는 답이 왔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 데, 아직 이 친구는 20살이다 보니 가격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 같았다. 
나는 어차피 매일 먹는 거 아니고 가끔 먹는 거고 한국에서 외식해도 15,000원-20,000원은 기본으로 드니까
그냥 맛있는 음식 먹으면 됐다 싶어 금액이 적당하면 들어가는 편인데..


금요일이고 마침 이 친구도 다른 수업도 없다 해서 맛 집이라고 들었던 식당을 가고 싶었는데,
메뉴를 보더니 가격이 좀 비싼 것 같다고 해서 전에 먹었던 식당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가격이 비싸면 비싸다고 말 안 하는 것보다 해주는 게 고맙다, 나도 돈을 아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러한 어색함을 떨치고 싶어서 전에 라틴 음악 들을 수 있는 펍 같은 데 가기로 했던 게 생각나서
내일 콘서트(저녁 9시) 보러 가기 전에 한잔 간단하게 마시고 가자고 하려 했는데 
"아~ 가고 싶다고? 응응"이런 식의 뜨뜻미지근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당시 잘못 알아들은 건가..
저녁 문화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고 라틴 음악 들을 수 있는 데 가자고 해서
당연히 펍이나 클럽을 생각했는데, 뭔가 안 갈 것 같은 답변과 반응을 보여서..
그냥 내가 알아보고 나 혼자 가야겠구먼.. 싶었다. 
그리고 두오모 투어 물어보러 간다고 해서 나한테도 너도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길래 오케이! 했는데,
밥 먹고 가는 길에도 어색함이 남아 있고 이 친구도 다시 안 물어보길래 그냥 "나 이쪽으로 가야 집이야"하고
헤어지는 데 그냥 간단히 "잘 가"라는 인사로 헤어졌다.

헤어지고도 뭔가 좀 찜찜했다. 원래는 밥 먹은 뒤 젤라또를 먹자 하려고 했는데 괜히 또 가격 부담 줄까 봐
집에 짐을 내려두고 햇볕도 좀 쐴 겸 젤라또를 먹으러 가는 데
집에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랑 오늘 학원에서 나에게 인사시켜준 일본인 남자를 마주쳤다.
"어디 가?"라고 묻길래 "젤라또 먹으러 가!"라고 했더니 "나도 젤라또 좋아해"라는 답변이 와서..
'같이 가자고 해야 하나...' 했는데 그 일본인 남자랑도 같이 있고 왠지 누구 기다리는 거 같길 래
그냥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행히 젤라또 가게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젤라또를 기다리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풍경을 즐기고 아빠와 엄마랑 통화를 하고,
근처 유명한 미국식 베이커리 집이 있길래 어떻게 생겼나 구경 갔다 오고
성당 안에 들어가서 앉아있다가 음악 들으며 돌아다니다가 집을 왔다.

그리고 집 주인아주머니를 마주쳤는데 아주머니 기분이 꽤나 상쾌해 보여서
"저 오늘 세탁기 써도 돼요?"라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다행히 내일 비도 안 온다고 해서, 빨래하기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이탈리아어도 알려주시고, "나 오늘 12시쯤 들어올 거야~"라며 외출을 하셨다.
같이 사는 일본인 친구도 외출해서 오랜만에 나 혼자 집에 있는 데..
기분이 뭔가 묘했고 오늘 상황을 통해 친구 사귀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어울리고 맘 통하는 친구 만나고 싶은 건 여전하지만
그것에 너무 중점을 두지 않기로 했다.

에콰도르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내가 너무 기대했나 보다 생각하고
'여기서는 나 혼자'라는 사실을 늘 잊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면 어울리는 거고~
나도 내 할 일을 찾아 하면 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람인지라 오늘은 혼자의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포스팅을 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거니~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오늘의 한 줄 요약 :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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