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 22일차 '집주인 아주머니와 진지한 대화'

라도유비타 2020. 2.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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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 22일차 '집주인 아주머니와 진지한 대화'


 

아침마다 차가운 공기를 마주한다. 
서늘한 그 공기가 싫어서 이불 안에서 버티고 있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가는 데..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 더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를 했고
바나나를 하나 급하게 먹고 가다가 그래도 배가 고플 나인 걸 알기에,
또 근처 빵집을 가서 빵 하나 사들고 황급히 수업을 들으러 갔다.
5분 정도 늦어서 이미 시작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 다들 늦잠을 잤나 보다..
유부남 일본인과 일본인 여자를 제외하고 다 안 와있었다.

그리고 이어 에콰도르 친구가 왔고 미국인, 노르웨이인 친구는 안 왔다. 
아무튼 나, 일본인 2명, 에콰도르 친구 이렇게 4명이서 수업을 하는 데
4시간 수업이다 보니 가끔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바로 그날이 오늘이었다.

그리고 에콰도르 친구는 11시쯤 다른 반으로 옮기기 때문에, 11시 이후부터는 나, 일본인 2명 이렇게 수업을 진행했는데..
유부남 일본인이 말하는 게 너어어어어무 느리다..
"음..... 아..... 아..."계속 반복하고 선생님이 오늘 영화 보는 거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예 아니오로만 답해도 될 것을..
아니 오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지 또 "음..... 음..... 음...."을 했다.
그래서 아.. 가뜩이나 수업 듣기 힘든 데, 옆에서 막 계속 느릿느릿하게 말도 안 하고 의사 표현을 안 하니 또 답답함이 올라왔다.

선생님 또한 그랬는지, "일본인이 '음....'이라고 하면 아니라는 뜻인 거 같다"라고 대답 없는 말을 가로채셨다.
그러면서 '음....'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면 아니라는 뜻인 거지?라고 물었고
또 예, 아니오가 아닌 또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무튼... 어제같이 밥 먹으러 간 일본인 친구와 또 다른 답답함이다.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말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수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선생님의 질문에 (ex) 커피 좋아하니, 책 자주 읽니 등) "예/아니오"로 바로바로 대답하는 내 모습에 
 칭찬(?) 해주었는지 알 것 같다.
한국인 또한 친구나 편한 사이 아니면 실례가 될까 봐 예/아니오라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대신
"괜찮아요, 아니에요, 모르겠어요"라는 등의 표현으로 둘러 하는 데 자국민으로써 무슨 의미인지 아니 이해가 가능하지만
일본인은 또 다른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호불호 표현이 정확한 이탈리아에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지루하던 수업 시간이 끝나고 에콰도르 친구랑 서로 엇갈려서 같이 밥을 못 먹고
난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스파게티 소스를 사러 마트를 향했다.

마트 가던 와중, 비 오는 데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내심 뭉클했다.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일까, 사랑일까.. 멋있다. 

찰나의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비가 주는 긴박함에 서둘러 마트로 향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와 통화를 나누고
엄마가 어제 지하철 타러 가다가, 여자 2명이서 큰 캐리어를 낑낑대고 올라오길래 내 생각이 나서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남자들이고 다른 사람들이고 하나도 안 도와주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걱정이 된다고 말씀하시며
"거기 나라는 사람들이 잘 도와줘?"라고 물었고,
로마와 피렌체의 경험을 빗대어
"아니... 그냥 다들 지켜볼 뿐이지, 사실 나를 도와줄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도와주면서 돈 요구하는 후기도 봐서..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근데 한 번은 너무 힘들고 어쩜 이렇게 안 도와줄 수도 있나 싶어서 이태리어로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라고 물어 도움을 받은 적은 있다.
이어 나는 엄마에게 "근데 사람들이 길 같은 거나 이런 거는 잘 비켜주는 편이야"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래도 나에게 대견하다며,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거 대단한 거라며 용기를 주었다. 
(사실, 어제 엄마랑 통화하면서 젤라또 가게에서 젤라또 주문을 이탈리아어로 했는데 그걸 수화기로 넘어 들은 엄마가
잘한다고 칭찬을... 나는 금액이랑 이거 달라 한거 뿐인데..ㅎㅎ아무튼 그래도 칭찬해주니 기분은 좋았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다음 달 언니가 이태리 여행 왔을 때 지낼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는데, 지금 지내는 숙소와 1분 거리다.
이웃 주민 집이라니ㅎㅎ 지금 지내는 곳에서 만약 더 지냈다면 더 대박이었을 텐데.
근데 예약하자마자 바로 웰컴 메시지가 오던 로마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비해 
내 연락에도 답장이 없어, 에어비엔비 고객센터에 호스트가 연락이 안 되면 어떡하냐?는 자주 하는 질문을 찾아보고..
내일 오전까지도 연락 없으면 취소를 해야겠다 했는데 다행히 방금 답장이 왔다.

아무튼, 그리고 난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집중도 너무 안되고 피곤해서 자다가 일어났는데
어지럼증을 살짝 느껴 다시 또 누워있다가
깨서 늦은 저녁을 챙겨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는데, 또 인터넷이 끊긴다..
그래서 그냥 빨리 주방에 나가서 일을 마치고 들어오자 했는데,
주방에 온 지 3분도 채 안되어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어두운 표정으로 주방에 오셨다.
그러더니 "나 엄청 안 좋은 소식을 들었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무슨 안 좋은 소식인데요?"라고 묻는 동시에 '아... 나 정말 이거 빨리해야 하는 데.. 어쩌지...'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의 절친 아들이 현재 거식증을 앓고 있다는 것, 친구와 연락이 안 돼 계속 연락을 시도했더니
오늘에서야 해당 사실을 아주머니께 전했나 보다.

근데 아주머니의 딸도 어렸을 때 거식증처럼 음식을 거부하는 때가 있었다고 한다.
"야채만 먹고 파스타, 피자 등 다른 음식을 아예 안 먹어서 엄청 말랐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근데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본인이 겪었던 일이 생각나면서 자신 절친 아들이 더 안 좋은 상황을 겪고 있어서 마음이 안 좋으신 듯했다.
이어 "근데 내가 친구에게 뭐라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나를 바라보셨고,
나 또한 갑작스레 좀 당황스러웠지만, 조심스레..
"일단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지금은 친구분이 인정하기가 힘드실 거예요, '자신의 아들이 음식 먹는 거에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이.. 근데 짧은 시간으로 치료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시간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친구 아들 분도 점점 좋아질 테고요"라고 전했다.

그러더니 "음, 맞아. 인정하기 힘들지.. 내 딸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내 딸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야. 근데 그녀는 자신을 싫어했어, 그게 그런 상황을 만든 거 같아.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문제랑도 연관되어 있는 거지. 물론 너도 아름다운 여자야, 근데 내 딸은 정말 예뻐 내가 엄마이기도 하지만"라고 말씀하셨다..

급 '딸 자랑이신가...'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많은 일들이 있으셨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어 딸의 사적인 부분도 이야기해주셨는 데 나도 여자로서 공감되었다.
그러면서 자폐증,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아주머니께서 "삶의 질은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야, 한 가족이 이루기 힘들 수도 있지만 여러 가족이 함께 한다면 바뀔 수 있지. 이탈리아는 자녀들을 위해 (국가, 사회 와) 많이 싸우는 편이야. 그리고 나는 삶의 질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에서 좀 놀랬던 사실(?)을 말씀드렸다.
비장애인/장애인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이탈리아 거리 지나다니다 보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 또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쳐다보거나 머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초리 또한 없었다. 
내가 본 선에서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자 없이 나서기 힘들고 어렵지 않나..
그래서 해당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사람들은 생각을 잘 바꾸지 않아, 혼자서 바꾸기 힘들지. 이런 걸 정부와 사회에서 서포트 해줘야 돼. 우리는 모두 같은 거지, 그들도 올바르게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우리는 사지 멀쩡하고 아픈 데 없고 이런 것을 감사해야 하고"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는 담배 한대를 더 피우시고는 자러 방에 들어가셨다. 
아무튼 나는 그리고 후다닥 일을 끝내고 블로그에 오늘 하루 일과를 올리고 있다.
원래는 일 마치고 영화 보고 자려 했는데, 영화를 끝까지는 못 보고 조금만 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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