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Italia

이탈리아 생활기 87일차: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요즘.

라도유비타 2020. 3. 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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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기 87일차: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요즘.


말 그대로 요즘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언니와 여행하면서 이탈리아어를 필수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나름 잘 헤쳐나가고
베네치아와 밀라노에서 만난 이탈리아인들과도 나름 잘 이야기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이탈리아에 와서 배웠는 데 이 정도 말하면 잘하는거라고 힘을 줘서 급 뿌듯했었다가 
오랜만에 학원을 갔는데 급 내가 너무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페인어 쓰는 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어쩔 수 없지만?
괜스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뭐라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면
급 기분이 다운되곤 한다.

그리고 어제는 수업시간에 팀을 나눠 이탈리아어로 이게 뭔지 알아맞히는 빙고와 흡사한 게임을 했는데
너무 지루했고 흥미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하면서 하하 호호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이게 진짜 재밌는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수업 듣던 친구들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가, 뭔가 내가 새로 온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 사람들과 적응될 즈음에 또 이 사람들이 떠나고 다른 사람들이 오니,
이런 오고 감이 나를 다운시키는 감이 없지 않는 듯하다.
물론 나와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새로운 사람과 늘 마주한다는 건 때때로 피로하게 하거나 
편치 않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지만, 나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는 듯하다.
그리고 어학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일본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안 좋은 감정들을 이야기하셨다.
물론 그들의 행동에 화나고 어이없는 건 이해하지만 '혹시 나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생겼다면, 내가 없는 순간에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기분이 찜찜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이해하지만 수업 시간에 안 좋은 감정들을 피력하니, 일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일본 사람을 만나보지 않은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그들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선생님이 느끼는 일본인에 대한 답답한 심정에 공감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어쩌다 수업시간에 아인슈타인 이야기가 나왔고 그 반에 있던 일본인 학생이 아인슈타인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쩌다 수업시간에 9.11테러 사건과 빈 라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위와 다른 일본인 학생이 빈 라덴을 몰랐다고 한다.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먹는 거랑 사진 찍는 것만 아는 것 같다며, 이런 정치적이나 사회적 이슈에 전혀 모른다는 건 무지한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고, 9.11 테러 또한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이고 빈 라덴을 잡으려 미국이 몇 년간 고생한 일은 특별한 배움 없이도 알 법한, 알 수 있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어제 난독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어쩌다 각 나라에 대한 난독증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급 선생님이 한 일화를 떠올리렸다.
예전에도 한번 난독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또 일본인 학생만 모른다고 하며 일본엔 난독증을 겪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건 내가 일본에 난독증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회와 일본 사회의 눈치 문화를 아래와 같이 어렵사리 설명했다.

"아마 일본에도 있을 거예요, 한국에도 난독증을 겪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근데 그 학생이 정말로 모르는 걸수도 있고
아니면 일본 이란 나라 분위기가 그 증상을 겪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면 해당 증상을 갖고 있어도
없다고 이야기할 테니, 이를 없다고 이야기 한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고객을 끄덕이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남을 신경 쓰니까. 근데 난독증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데 어떻게 한 명도 없을 수 있겠어"라고 이야기하셨다.

선생님이 느끼는 답답한 감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들었던 수업시간에 가수 '스팅'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본인 학생만 스팅을 모른다고 해
아마 발음이 달라서 모른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음악 들으면 알 거라 말하며 음악을 틀어줄 것을 선생님께 부탁해서 틀었는데 
모른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대표곡인 'Shape of my heart' 이였는 데 말이다. 다들 의아해하긴 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라며.
나도 뭐 더 이상 할 말 없어서 그냥 모른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야기가 좀 삼천포가 빠졌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 또한 아시아인이자 외국인으로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여기에 있으면 듣는 질문 중 하나인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우리가 이런 질문을 느낄 때와 비슷한 감정일 거라 생각하고 넘기긴 한다.

우리에게는 이런 질문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 않나...
그들은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다소 어이없는 질문을 쉽게 하니.

내가 아는 걸 모른다고 해서  나마저도 오만하거나 자만하지 않기로 연습 중이다. 
화낼 이유도 짜증 낼 이유도 없지 않은가.
물론 대화가 안 통하면 답답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아무튼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고 언어 향상에 신경을 써야 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남자친구와도 좀 더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고, 내 감정을 그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으니까.

빡세게 공부 좀 해봐야겠다.

작심삼일일지 언정...!!
더워서 그런지 기운도 잘 안 나는 데 원더우먼처럼 기운이 팍팍 솟아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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