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Norway

노르웨이 생활기 31일 차: '끝이 없는 숙제'

라도유비타 2020. 2. 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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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생활기 31일 차: '끝이 없는 숙제'


수업을 마치고 집 가서 밥 먹고, 일하고 숙제를 하다 보면 저녁 12시가 금방 된다.
평소에도 숙제의 양이 많은 데, 어제는 장난 아니었다.
진짜 노트 집어던지고 싶었다...
숙제 중 하나가 다이얼로그를 만드는 거였는 데, 무려 6개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 진짜 지금 생각하더라도, 아찔하다.
숙제한 뒤에는 pdf 파일로 업로드까지 해야 하기에, 그냥 숙제만 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지 않는다.

아무튼, 어제는 수업 끝나고 인도에서 온 아주머니랑 같이 지하철을 타게 됐는데,  숙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길래, 너무 많다고 답하자. 아주머니는 지난주 숙제를 아예 못했다고 한다.
못한 숙제는 해야 하는 걸 알기에 놀래서, 그럼 이번 주 숙제랑 같이 해야 하는 거냐고 했더니 그렇다며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다 다 못했냐고 하니, 일하고 아기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지 않다고 했다.
누군가는 핑계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숙제의 양을 알기에 충분히 공감 갔다.
나도 힘들 일은 아니지만, 일을 마친 뒤 숙제를 하면 12시나 1시 되는 일은 다반사이다.
물론 중간에 저녁을 먹긴 하지만... 놀고 싶어도 못 논다 흑흑.

어제도 수업을 마친 뒤,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낮잠 자고 일어나서 기사 쓰고 숙제를 하려던 차에 남자친구가 도착했는데 꽃다발을 건네면서 봉투를 열어보라 하길래, 뭐냐고 했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피아노 콘서트와 재즈 콘서트 티켓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그래서 급 감동이 막 몰려오고ㅎㅎ 둘 다 너무 배고파서 피자 시켜 먹고 남자친구는 티브이 보고 난 숙제를 시작했다....어제는 12시 30분에 끝마쳤는데, 중간에 목이랑 눈이 너무 아프고 머리까지 띵해서 숙제 마친 뒤, 바로 침대에 앓아누었다. 후... 숙제가 사람 잡는다. 금요일은 수업이 없는지라, 숙제를 더 방대하게 내준다.
숙제 리스트 체크하러 들어가기도 겁난다ㅠ.ㅠ흑흑 제발... 이틀만 더 잘 버티자!

그리고 같이 수업 듣는 반 학생 중에, 필리핀에서 온 남자애가 있는 데 점점 너무 별로다.
원래 처음부터도 용건 없이 이름을 두세 번 부른다던가, 내 이름을 부른 뒤 쳐다보면 어떤 알지도 못하는 동요 속을 부른다던가, 수업 중에 같이 그룹이 된 적이 있었고, 그룹마다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그룹 발표하는 걸 듣고 있던 와중, 갑자기 내 팔뚝을 슥 쓰다듬길래 쳐다보니, 자기가 안 한 척하는 등...

블로그에 쓰기 전까지, 좋은 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으나
오늘까지도 진짜 얘랑은 웬만하면 대화를 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자기 폰을 들이밀면서 너 인스타그램 계정 알려달라고 하길래,
거짓말 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우 하면 내 인스타 본담에
날마다 이건 뭐냐 이건 어디냐 등등 이런 대화를 틀게 뻔할 거기에...

sns 안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진짜 안 하냐고, 안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중얼중얼 거리길래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오늘은 수업 내용 중 하나가 병원에 관련된 이야기였는 데,
이란에서 온 애가 이란 사람들은 매부리코가 많아서 피는 수술을 한다고 하니까.
필리핀 애가 내 이름을 또 부르길래,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던지라 그냥 무시했더니
계속 부른다...
그래서 왜?라고 했더니, '한국 성형 많이 하잖아' 이러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쩌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또 대화 이어질까 봐.
그냥 어~이러고 말았다. 
그리고 휴식 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나랑 중국 여자애한테 
한국어/중국어로 자기네 이름 써줄 수 있냐고 해서 써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내 이름을 두세 번 불러 쳐다보니, 자기 풀네임이 적힌 종이를 건네면서
본인 이름을 한국어로 적어달라 길래 그냥 적어줬더니,
몇 분 있다가 자기 폰을 들이밀면서
핸드폰에다가도 입력해달라고 하길래.. 왜 저러나 싶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기 페이스북 이름을 한국어로 바꿀 거라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내가 얘가 말하면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일까?라는 생각을 곰곰이 해봤더니.
다른 학생들은 나에게 한국어로 적어달라 하기 전에, '~해줄 수 있어?', '아까 네가 쟤 이름 써주는 거 봤는데 멋지더라'라는 등 요청하는 것에 대한 예의가 있는 반면..
필리핀에는 백이면 백, 내가 써주겠다는 동의 없이 자기 행동과 말을 먼저 취한다. 

수업 초반에는 끝나고 집 가려고 하는 데,
또 내 이름을 부르길래, 왜?라고 했더니.
'나 시내 갈 건데'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땐 뭐 어쩌란 건지 싶어서, 그래~이랬더니
또 '나 시내 갈 건데' 이러길래.
'난 안가' 이랬더니 '너 그럼 어디 가는데? 어디서 버스 타는데?' 등등 집요하게 물어봐서 살짝 짜증이 난 적이 있었다.

본인 생각에는 거리낌 없고 편하게 대한다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동양권 여자 학생 들 외에 다른 서양 여자애들한테는 전혀 안 그러기에.
더 기분이 별로였다. 서양 여자애들이 자기 안 받아줄까 봐 그러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걔네들한테 안 그러는 데, 나와 싱가포르 여자애한테는 수업 끝나고 '나 시내 갈 건데' 몇 번 그러길래 무시했더니 이젠 안 그러긴 하지만.

남자친구와 남친 친구에게도 말한 적 있는 데, 자꾸 불편하게 함 반 선생님한테 말하거나 걔한테 머라 하라는 데.
이 정도쯤이야 그냥 무시하면 되니까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괜히 불편함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수업 중에 그룹을 랜덤으로 지어서 진행하는 게 많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도가 넘어서면 뭐라 할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경우엔, 수업 끝나고 나랑 중국 여자애랑 같이 나왔는데
중국에한테 세세 세세 이러는 게 아닌가..
우리 둘 다 그냥 대꾸 안 하고 있는 데, 계속 세세 세세 웃으면서 그러길래.
세세가 아니라 쎼쎼야 이랬더니.
아 그래? 이러면서, 친구라는 단어를 일본어로 내뱉길래 그냥 우리 둘 다 무시하고 있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그러길래, 펑요우라고 알려줬더니.
'아 일본어였어?'라고 말하며 자기 혼자 박장대소하더니,
내 손목 쪽을 잡으려 하길래.
'oh, no~'라고 말하면서 걔 손을 확 뿌리쳐췄다.

뭔가 일부러 사람의 관심을 끄려고 저러는 것 같달까?
아무튼, 
앞으로 이틀만 나가면 되니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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