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Norway

노르웨이에서 생긴 일: 내가 바라던 주말은 이런게 아니야

라도유비타 2020. 10. 2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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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생긴 일:  

내가 바라던 주말은 이런 게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미드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 홈파티.

노르웨이에서도 주말을 이용한 홈파티가 꽤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출처 픽사베이

 

왜요?라고 묻는다면 나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그저 내 시간이 소비된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물론 나와 친한 사람들과 홈파티를 여는 것과 내가 모르던 타인들을 만나는 홈파티의 경우 느낌이 전혀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데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후자다.

노르웨이에서 홈파티를 초대받던, 홈 파티를 열게 되면 내가 모르는 타인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는 같이 사는 플랫 메이트들이 있고 그들의 친구들이 가끔 주말에 놀러 오는 데 노르웨이에서는 돌아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고 가정해본다면 하룻밤 자고 가기로 서로 약속되어 있지 않는 이상 늦어도 막차가 끊기기 전 10시, 11시쯤이면 서서히 귀가한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그렇지 않다. 즉, 이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것.

어떠한 거주환경, 어떤 홈파티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친구들끼리 여는 노르웨이 홈파티에서는 초대받은 친구들이 소파에서 자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주말 내내 자고 가는 경우도 있다. 

 

출처 픽사베이

 

여기서 오늘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탄생했다.

오늘도 여타와 다를 것 없이 플랫메이트들의 친구들이 놀러 왔고 플랫 메이트의 직장 동료가 놀러 왔다. 친구들은 이미 어제 놀러 와서 하룻밤 잔 상태고 오늘도 묵고 갈 예정이라 한다.

 

집에서 타인과의 접촉이 잦지 않은 한국에서의 문화와 다르다 보니 사실 이렇게 주말을 타인과의 만남으로 보내다 보면 어떤 날을 괜찮다가도 오늘과 같은 날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뭔가 혼자만의 공간을 찾게 된다.

 

집이란 나만의 공간이라는 게 자연스러웠는 데 노르웨이에서 플랫 메이 틀과 지내면서 집은 타인과 공유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뭐, 공들이지 않고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현지인과 직접 만나면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해서 누군가와 만나는 것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와 대화해야 하고 내 시간을 할애하고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도록 어울리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저 마냥 즐겁지는 않다. 정신적으로 금방 피로해진다.

 

아울러 노르웨이에서의 홈파티에서는 그 타인과 내 관계가 처음 만난 사이를 넘어 우정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거의 불가피한 일임을 쉽게 깨닫는다. 서로 이름을 말하며 악수까지 하고 4-5시간 이상 진행된 홈파티였는 데도 그중 몇몇의 이름은 기억도 안나는 경우가 많았고 서로의 연락처 교환하는 일까지 가지도 않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또는 페이스북 친구 추가까지 홈파티 당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략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깊이 있는 대화 즉 서로를 알아가려는 대화보다는 단발성인 대화에서 그치고 만다. 내가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에서 왔구나?하고는 자신이 갔다 온 아시아 국가 여행 얘기로 대화는 끝이 난다던가 북한을 농담삼아 얘기한다던가 유튜브나 틱톡에서 재밌는 영상을 다 같이 본다던가 홈파티에서 알게 된 타인들과 단체로 보드게임을 하게 된다던가 등등 그 사람이 누구였는 지 기억날만한 포인트가 없어진다.

 

그냥 그 시간, 사사로운 이야기와 영상들로 웃고 떠들다가 어느쯤 되면 다들 술이 취해 노래 부르고 다른 게임들을 찾아 한다던가의 패턴이 이뤄진다. 

 

한국인이 노르웨이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한국의 문화와 매우 다르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다만 인간관계 특히, 사회적으로 맺는 인간 관계의 과정에서 매우 다름을 느끼게 된다.

 

웃기지도 않은 대화에 억지로 웃거나 흥미 없는 시시콜콜한 대화거리에 장단을 맞추고자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리고 마치 완성된 퍼즐에서 1조각이 비어진 것처럼 알 수 없는 공허감이 찾아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공간에 초대되어 타인들과 나, 우리가 하하호호 떠들지만 이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파티 이후 나와 개인적으로 만나 커피를 한잔 할 수 있는 사이로 관계가 발전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본다면, 아직까지 답은 NO였고 개인적으로 친구로 발전한 사람은 아직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친구라는 의미가 보다 가벼워 그냥 그 시간 단순히 즐기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친구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맛있는 곳을 발견하면 그 친구에게도 알리거나 같이 가거나, 나의 힘든 일과 상대방의 힘든 일. 우리들의 인생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상대다. 친구는 타인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그렇게 오늘, 주말 중 하루인 일요일의 대부분 시간을 홈파티에 놀러 온 그들을 피해 방구석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내 문득 '내가 바라던 주말은 이런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노르웨이에서 내가 바라던 주말을 매번 만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가 여기서 느끼는 점들을 과감하게 남겨두고 싶었다. 

 

때로는 종종 외로움을 느끼는 노르웨이 내 소속이 불투명한 외국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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