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Norway

노르웨이에서의 삶: 험난한 카드 취소의 과정

라도유비타 2020. 10. 2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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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의 삶: 험난한 카드 취소의 과정


 

 

 

한동안 블로그 활동에 흥미를 잃었다. 아무래도 네이버보다 티스토리가 공감/댓글에 대한 부분이 적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글 누가 보겠어?"라는 생각에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루게 되는 귀차니즘의 향연을 맛보았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있기에 사실 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써야할때면 어디까지 써야 하는 게 맞는지 생각이 앞설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내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블로그를 통해 업로드를 하면 누구든지 이 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때론 장/단점으로 바뀌어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제가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던 중 벌어진 일화를 작성해보려고 하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북유럽은 복지국가로 살기 편한 나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는 걸 체감한답니다.

한국에서 누렸던 작은 혜택들이 엄청나게 큰 혜택이었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게 되기도 하고요.

노르웨이는 일요일에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토요일에는 일요일까지 먹을 음식 장을 봐야하는데요. 때는, 9월 말 정도로. 어김없이 약혼자와 함께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에 먹을 음식 장을 보러 마트를 갔습니다.

그리고 제 카드로 결제를 했는 데, 해외 카드로 결제 시 노르웨이에서는 사인 해야하는 영수증이 먼저 나오고 이후 내역이 담긴 일반 영수증이 나오는데요.

결제하려고 카드를 기계에 넣었는 데 사인 영수증만 먼저 나오더니 갑자기 멈추더라구요.

그래서 직원을 불렀더니 신입인지 이리저리 해보다가 안되는 지 다른 직원을 불러오겠다고 떠난 지 20분 이 지나서야, 다른 직원이 왔는 데 별반 대책이 없는지 어디에 다가 전화를 하는 데 저희에게 별다른 설명도 없이 앞에서 계속 20분 넘게 통화만 하더라고요. 

뭔 상황인지 설명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간단한 문제인 것 같은 데 해결이 안되는 이 상황에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약혼자에게 "이 결제건 취소해달라하고 다시 결제하겠다"라고 말해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통화를 하던 직원이 "이 결제건이 승인됐는지 알 수 없으니 지금 취소해줄 수 없고 다시 재결제를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오류난 같은 기계에서 재결제 해보라 권유하길래.

직감으로 또 오류날 것 같아서, 싫다고 말한 뒤 내 은행 어플에서는 정상적으로 결제됐다는 알림을 받았으니 이 결제건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해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네들 전산에서는 reserved 된 상태라 이것이 현재 결제가 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하며 이 건은 자동 취소가 될테니 다른 곳에서 재결제를 하라고 그리고 혹시 10일 후에 취소가 안되면 다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결제 오류난 영수증이나 확인서도 안 주고 그냥 구두상으로만 말하길래 황당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은행이랑 소통할 때도 관련된 영수증이라도 있어야 내 말을 믿어주고 할텐데, 증명해줄 서류도 없이 그냥 보내는 상황에 이게 뭔가 싶어 감정만 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영수증이나 이 결제 오류난 건 입증할 수 있는 확인서 같은 걸 달라 요청했어요.

그랬더니 사인 영수증 뒷면에다가 결제 오류난 상황을 적고 직원이 자신의 사인이라며  서명해주더라고요. 

암튼 찜찜하고 감정이 상한 상태로 결국 재결제를 했고 며칠 뒤 한국에 있는 은행에 상황을 설명하고 취소 접수 된 것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접수된 게 없다고 말했고 해외 결제 취소 건의 경우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수 있으니 일단 기다려보거나 아니면 해당 업체에 다시 취소 요청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답을 받았어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틈틈히 어플을 통해 확인했으나 취소건이 확인 안 되었고 10일째에도 취소가 안되어있어 다시 해당 마켓을 방문해 다른 직원에게 설명했고, 그 직원도 20분 넘게 기다리게 하더니 이메일 주소가 적힌 포스트잇을 건네면서 "자동 취소가 됐을 텐데 자세한 건 이메일로 계좌번호 등을 적어서 문의해보세요"라며 끝.

이날 나는 답답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럼 애초에 처음부터 10일 후에 취소 안되면 이 이메일로 문의하라고 알려주던가.

그리고 자동취소란 뜻이 도대체 뭐야? 자동적으로 취소가 됐으면 내가 왜 이렇게 왔다갔다 해야 하는 거야?

자동취소라는 게 사실 말이 안되잖아. 전산상에서 취소 접수를 해야 하던가 뭔가가 이뤄져야 하는 데 자동취소는 말 그대로 기계가 알아서 취소를 한다는 뜻인 거야? 라며 격양된 감정과 함께 안되는 영어로 약혼자에게 나의 심정을 속사포로 내뱉었다. 

약혼자는 그냥 그 직원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자동취소가 된 다했으니 자동으로 취소가 돼겠지라며..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쉽게 처리 가능한 일을 왜 이렇게 해야하는거지? 

한국 마트에서는 취소나 환불할 때 영수증, 결제한 카드 가져가서 요청하면 바로 되고 며칠 뒤에 환불 금액이 들어오는 데 말이다! 

약혼자에게 돌아오는 길 내내 이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음과 답답한 내 심정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자신에게 화내는 것 같다고 답한다.. 그래서 "아니, 너한테 화내는게 아니라 이 상황 자체가 답답하고 화나니까 당연히 말할 때 감정이 격양되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 " 했더니 "아니, 넌 나한테 화난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말하기 싫어진 나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이놈의 카드 취소가 뭐라고 진짜. 

이 상황에 내 돈만 이중으로 나가고 노르웨이어로 100% 소통할 수 없어 당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 못한 것 같은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답답함이 가중됐다. 

몇 분 뒤 미안하다고 자신이 오해했다며 사과를 건넨 약혼자와 다시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혼자에게 "지금 내 입장을 생각해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내가 누구한테 말해야 해? 너가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앞으로 너한테 무슨 일/상황을 공유할 수 있을까? 내가 겪은 이 답답한 상황에 대한 내 심정을 너한테 얘기한 거야. 너를 탓하고 너한테 화내는 게 아니라. 나도 이런 일 겪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약혼자가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 사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마트 고객센터에 전화할까 생각했는 데 너에게 그때 말을 못했어."라고 말하며 우리는 화해를 했다. 

여담) 하지만, 노르웨이 고객센터는 단지 고객센터라는 허울에 지나치지 않다. 전화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모든 고객센터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이미 예전에 핸드폰 요금제를 해지시켰는 데 고지서가 계속 날라왔던 경험이 있다. 해당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했다가 "취소 했는 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일단 돈을 납부하지 말아봐라"라는 답만 얻은 채, 해당 상황이 3-4달이 지속돼고 고지서에는 체납금액이 쌓여가고 있었다. 결국 이메일로 상황을 세세히 설명하고 더이상 이 통신사 이용하고 싶지 않으니 아예 내 계정을 삭제해달라 의견을 통보하자 더이상 고지서가 날라오지 않고 해결됐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결국 마음을 다잡고 이메일로 상세 내용과 결제 오류난 영수증 그리고 재결제한 영수증, 현재 내 은행에서 결제 승인난 상태 등을 캡처하고 pdf파일로 만들어서 첨부해서 보냈다.

그랬더니 다음날 답변이 왔는데, "이런 일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원래 자동 취소가 되는 게 맞는 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류로 인해 자동 취소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당신의 은행 정보를 알려주면 은행 계좌로 환급해드리겠습니다."라며 답이 왔다. 

하.. 전산에서 취소접수/취소 버튼을 누르든지 해야 자동취소가 되든가 말든가 할 텐가 아닌가. 

아무튼, 여기서 이뤄지는 자동취소가 뭔지 묻고 싶었으나 지칠때로 지친 나는 그냥 은행으로 환급받기로 했다. 

은행 송금의 경우 송금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고 또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데

환율 변동으로 생긴 손해액은 그냥 내가 감당하기로 하고 송금 수수료에 대해서는 회사 쪽에서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답변이 없는 것이 아닌가..해당 결제 오류건은 정상 승인이 나서 결국 결제금을 지불 하게 돼, 같은 금액으로 이중 결제한 꼴이 돼버렸다.

그래서 재차 메일을 보냈는 데, 그 다음 날 해외송금 건이 있다고 은행 어플 알림을 받았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1600원 손해를 보고 환급 금액을 입금받았다.

근데 아직까지도 해당 이메일에 대해 업체로부터 답변 메일이나 송금 완료했다는 메일을 안내받지 못했다.

고객센터가 주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 신뢰, 만족도 기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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