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Norway

도유의 노르웨이 생활: 노르웨이에서 영어로만 먹고살 수 있나요?

라도유비타 2022. 9. 7. 21:49
728x90
300x250

대뜸 모르는 외국인이 나에게 개인적인 질문이 있다하며, 노르웨이에서 영어만으로 서비스업 직군(호텔, 카페)에서 일할 수 있어? 아님 노르웨이어 해야해?라고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응 노르웨이어 해야 돼”라고 말하니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 치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 구해본 적이 없다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남에게 물어보기보단 본인이 해보는 게 정확하다. 영어로 이력서 몇군데 돌려보면 본인 질문에 답이 나올테니까.

물론 영어로만 웨이터 등 레스토랑 직군에서 일할 수 있다! 다만 선택 가능한 직업이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영어권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경쟁이 밀리기 때문에, 본인이 영어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게 아닌 이상.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는 외국인이 영어 쫌 한다고 해서 그게 놀라운 일 아니다. 현지인들의 기본 영어 실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으로선 영어만 하는 외국인을 채용할 메리트가 없다는 게 내 경험에 따른 판단이다.

잘 이해가 안간다면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국어인 한국어와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면, 굳이 영어만 하는 외국인 채용을 선호하는 한국인 고용주가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본인이 언어 대신 세일즈 능력이 뛰어나다 레스토랑 매출 올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성격이 너무 좋아서 아무하고도 친해질 수 있다하면 모를까.

그리고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 나라에서 살기로 결정했다면 그나라 언어를 존중해주는 것이 도리라 생각된다. 아니 다들 영어 알아듣는 데 굳이 왜 노르웨이어를 해야돼?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본인이 나는 왜 노르웨이에 왔나?라는 질문도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쓰고자 했다면 영어권 나라를 택하는 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을 좀만 접해보면 그들도 노르웨이어를 훨씬 더 편해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직접 겪은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뭐 이건 살다보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 굳이 언급 안할 예정.

여담으로 오슬로에 있는 대부분 레스토랑에서는 영어만 써도 된다는 현지인의 말을 듣긴 했으나, 그게 내 경험은 아니기에 그렇다!라고 동조는 하지 못했고 누구에겐 쉽겠지만 누구에겐 쉽지 않은 것으로 형평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노르웨이에서는노르웨이어 해야 메리트가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물론 자랑스럽게 나 여기 10년, 20년 넘게 영어로만 살았는데 하나도 문제없어! 노르웨이어 안배워도 돼!라고 얘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사람의 직업은 요리사거나 건설현장에서 일하거나 또는 폴란드, 태국, 필리핀 사람들(자기 자국민들)하고만 일해서 노르웨이어나 영어를 쓰지 않고도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15년 넘게 살아도 노르웨이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라는 말도 못하는 폴란드 사람도 봤다. 이래서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에서 산다고 저절로 느는게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만난 영어만 해도 돼!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은 주로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였고 영어로 해도 돼! 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냥 본인이 느끼는 편한 생활 반경 속에서 살기로 선택한 것이다.

내 친구는, 내 지인은
영어만 해도
좋은 직장 구하던데요?

위처럼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없다는게 아니다. 다만 내 일이 아닐 뿐. 그리고 ‘영어’만 해도 직장 구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상향에 위치한 직업과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직업의 갭이 클 뿐이다. 좋은 직장 구한 지인, 친구는 그 갭을 채울만한 무언가의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 영국인, 고학력자들 또한 일을 못 구해서 노르웨이어를 배우려 어학원을 다니는 것만을 봐도,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퇴근 후 괜한 시간을 쪼개 노르웨이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종종 들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은 그렇게 열심히 노르웨이어를 배웠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취직은 커녕 면접 기회도 못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의사, 간호사 또는 아이티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본인의 커리어를 잘 쌓아왔다면 그 공을 인정 받아 영어만 써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일테고 난 이 글을 통해 의사, 간호사, 엔지니어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은 노르웨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직업 잘 구하고 잘 살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보통 평범한 이민자의 경우, 그나라의 언어를 얼마나 습득하느냐에 따라 직업 선택의 폭이 달라지고 생활 반경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영어 하나만 믿고 노르웨이에서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란 큰 기대감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노르웨이에서 살면서 느낀 바로는 노르웨이어도 해야하고 영어도 디폴트로 해야하니 이게 이렇게 성가실수가 없다.😵‍💫 간혹 현타가 오기도 하고 멍해지고 0개국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어느 한 외국인의 질문이 그간 내가 경험해왔던 나날들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가 주절주절 쓰게 된 이 글을 이만 마치겠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