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board/Norway

노르웨이 생활: 여기에서도 새치기는 있다

라도유비타 2021. 7.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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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하면 복지가 좋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어 대체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나 또한 일례로 노르웨이에서 왔다고 하면 "우와~ 거기 좋지 않아요?", "좋겠다"라는 등의 노르웨이란 나라에 대해 다양한 긍정적인/기대치 높은 질문, 대답을 받은 적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사람에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기에 그냥 표면적으로 "좋아요, 맞아요"하고 넘기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똑같은 일들이 존재한다.
우울증, 가정폭력, 마약 등등 며칠 전에는 한 여자를 보았는데 그녀의 팔에는 커터칼로 그은듯한 자해 흉터가 가득했다.

물론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고, 안 드러내고의 차이가 아닐까.
한국이었으면 아마 그녀는 자신의 팔에 가득한 흉터를 가리기 위해 긴팔만 입고 다녔을 확률이 거의 99%일테니.

서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오늘은 내가 바로 경험한 새치기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넘어가고 타인과의 실랑이, 즉 시시비비 가리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는 게 많다는 편이다.

여하튼 오늘 점심 쯤 온라인 쇼핑한 제품을 반송하려고 우체국에 가서 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데,
내 앞사람이 나가자 한 할머니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내 차례를 가로챘다.

한국에서는 아마 창구 직원이 "저분이 먼저 기다리셨어요"라고 얘기해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직접 "내 차례예요"라고 나서서 말하지 않는 이상.

이 할머니도 나에게 기다리고 있냐고 묻지 않고 바로 가로챈 것을 보면 아마 알면서도 이러는 것 같았는 데,
가끔은 여기의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인드가, 이런 작은 일을 짚고 넘어가기가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현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예민 보스로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칫 괜한 나쁜 년으로 비춰지는 게 아닌가란 고민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수 더 지내다보면 이럴 땐 이래도 되겠구나 하는 경험치가 생기겠지만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으로서 현지 언어가 부족하다 보니 새치기란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려고 하거나 경직되기도 한다.

또한 한국에선 노인공경이란 문화가 있기에 할머니니까 내가 참아야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하튼 문화, 언어가 다를지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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